살인적인 폭염에 경기장 ‘잔디 관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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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3일 07시 00분


장마와 무더위로 K리그 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최악이다.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FC서울-부산아이파크전. 스포츠동아 DB
장마와 무더위로 K리그 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최악이다.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FC서울-부산아이파크전. 스포츠동아 DB
고온다습 날씨에 스콜까지…속수무책
잔디 좋기로 정평난 서울·제주도 난감

8월 중순이다.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K리그 클래식도 이중고에 처했다. 상·하위 리그를 나눠 치르는 스플릿 라운드를 앞두고 치열한 막판 순위 다툼이 진행 중인데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엄청난 폭염과도 싸워야 한다. 선수도, 그라운드도 지쳤다. 특히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핵심 화두는 크게 두 가지다. ▲선수단 컨디션 ▲그라운드 컨디션 관리다. 하지만 혹독한 경쟁에 내몰린 선수들의 체력을 유지시키는 것과 말라 죽어가는 잔디 상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 각 구단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조금이나마 선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여름 보양식을 준비하는 게 대표적이다. 효율적인 체력 관리를 위한 정기적인 쇠고기 회식은 기본이다. 여기에 전복과 낙지, 삼계탕, 장어 요리로 지친 선수들의 입맛을 돋운다.

전북은 전복을, 대전은 민물장어로 원기를 회복했다. 반면 울산은 염분 섭취를 택했다. 땀 배출을 고려해 클럽하우스 영양사가 보다 짠 메뉴를 제공했다. 간혹 목포에서 낙지를 공수해 연포탕을 끓이기도 한다.

그래도 잔디 관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지열 영향이 큰 사계절 잔디가 생육을 멈추고 뿌리부터 죽어간다. 가령 외부 기온이 섭씨 30도라면 잔디와 땅 초입 온도는 33도에 육박하니 경기장 관리인들의 고충이 크다. 여기에 스콜(동남아성 폭우)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 월드컵경기장의 피해가 특히 큰 데, 잔디 좋기로 정평 난 서울과 제주조차 속수무책이다. 필드와 경기장 지붕 사이에서 ‘푄 현상(습한 바람이 높은 곳을 넘어와 고온 건조하게 바뀌는 것)’까지 일어난다. 대형 선풍기를 가동해보지만 오히려 뜨거운 바람이 분다. 그래도 창원축구센터 등 축구전용구장이나 종합경기장은 좀 더 그라운드 관리가 수월한 편이다. 11일 경남-수원의 정규리그 22라운드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의 잔디는 가장 좋은 편에 속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음식을 동원할 수 있는 선수 체력 관리는 그나마 쉽다. 잔디는 정말 대책이 없다”고 울상 지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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