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공포 씻어줄 안전의 상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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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완공 앞둔 日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가보니
5000t 50년간 저장… 원전업계 숨통, “공론화과정 충분히 거쳐 잡음없애”

일본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운영사인 리사이클연료저장(RFS)의 구보 마코토 사장이 사용후핵연료를 담는 용기인 ‘캐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쓰=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일본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운영사인 리사이클연료저장(RFS)의 구보 마코토 사장이 사용후핵연료를 담는 용기인 ‘캐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쓰=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원자력발전소 용지에 쌓여만 가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한국에 ‘발등의 불’이다. 한국은 현재 4곳의 원자력발전소 용지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지만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모두 포화 상태에 이른다. 사용후핵연료를 추가로 보관할 곳이 없으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개정에 매달리는 이유의 하나도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재활용)해 소모하기 위해서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재처리 기술을 완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때까지는 별도 장소에 중간 저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용지 선정 등 과제가 첩첩산중이지만 원전업계 비리가 터지면서 공론화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다.

원전 선진국인 일본은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모든 원전이 가동할 때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연간 1000t이다. 최대 800t을 재처리한다는 구상이지만 여전히 연간 200t이 쌓인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중간저장시설 확보에 나섰다.

9일 일본 아오모리(靑森) 현 무쓰(陸奧) 시. 시 중심에서 인적이 드문 해변 쪽으로 차로 1시간가량 달려가자 철망을 겹겹이 둘러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인 ‘리사이클 연료 비축센터’가 나타났다. 이달 말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길이 131m, 폭 62m, 높이 28m로 최대 5000t의 사용후핵연료를 50년간 저장하게 된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강화된 안전 기준을 연말에 내놓으면 심사를 통과한 뒤 내년부터 사용후핵연료를 반입해 일본 원전업계의 숨통을 틔울 예정이다.

중간저장시설 운영사인 리사이클연료저장(RFS)의 구보 마코토(久保誠) 사장은 한국의 용지 선정 등과 관련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한 공포 극복, 주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에 대한 분명한 비전 제시, 투명한 행정이 성공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회사와 무쓰 시는 용지 선정 과정에서 지속적인 주민설명회로 안전성을 확신시켰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담는 용기인 ‘캐스크’의 안전 기준도 강화해 9m 높이에서 떨어져도 이상이 없고 섭씨 800도의 화염이나 200m 깊이의 바닷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등 문제가 발생한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중간저장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정부의 교부금과 자산세 등 연간 30억 엔(약 345억 원)이 인구 6만 명의 시에 돌아간다. 시 재정의 10%에 이르는 금액이다. 시는 시설 유치로 들어오는 교부금을 시립병원의 재정적자 해소와 함께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시설 운영 기간을 50년으로 한정해 후대가 시설을 유지할지 다시 결정하도록 한 것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는 데 주효했다. 무쓰 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도 치르지 않고 시설을 유치했다.

8일 방문한 아오모리 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공장은 최근 기술상의 마지막 난제를 모두 해결했고 공정의 99%가 끝나 있었다. 정부의 허가만 있으면 언제든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추출된 플루토늄은 재활용 연료로 가공돼 고속증식로라는 전용 원전에서 사용한다는 게 일본의 원래 계획이다. 하지만 고속증식로는 각종 기술적 결함으로 완공 이후 20년 넘게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이 사용할 데도 없는 플루토늄 추출을 본격화한다면 핵무기 전용 가능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는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쓰=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원자력발전소#사용후핵연료#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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