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깨고 연주하며 아름다움 찾으세요… 그게 프리재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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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유명 연주자와 기숙 훈련… 사천축제재즈워크숍 열띤 현장

17일까지 경남 사천국제재즈워크숍이 열리는 LIG손해보험 인재니움 복도에서 10일 오전 마크 터너(가운데)와 참가자들이 함께 웃고 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나 보던 명연주자들과 금세 친구가 됐다. LIG문화재단 제공
17일까지 경남 사천국제재즈워크숍이 열리는 LIG손해보험 인재니움 복도에서 10일 오전 마크 터너(가운데)와 참가자들이 함께 웃고 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나 보던 명연주자들과 금세 친구가 됐다. LIG문화재단 제공
지난주 말 경남 사천시의 기온은 섭씨 35도를 웃돌았다. 곤양면 대진리에 자리한 LIG손해보험 연수원 ‘인재니움’ 2층 진봉홀에는 냉방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무대 위에 서 있는 6명의 연주자들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피아니스트 이선 아이버슨이 특유의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크게! 더 크게! 1분 동안 음악의 틀을 깨고 아무거나 연주해 보세요!” 그의 낯선 주문에 쩔쩔매던 수강생 중 하나가 주저하다 말문을 열었다. “근데… 도대체 이걸 왜 하는 거죠?” “아름다운 순간을 찾는 과정이죠. 사람들이 ‘이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궁금해 하도록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게 바로 프리 재즈(free jazz)입니다.”

이곳은 LIG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제1회 사천국제재즈워크숍 현장이다. 1주차(5∼10일)에 37명, 2주차(12∼17일)에 28명의 국내 연주자가 해외의 유명 연주자들과 함께 먹고 자며 재즈의 기술과 미학을 배운다. 수강생은 주로 대학 실용음악과 재학·졸업생인 20대이지만 중학생(최연소 16세)과 대학교수(43세)도 있다.

첫 주에는 빌리 하트(73·드럼), 마크 터너(48·색소폰), 벤 스트리트(48·베이스), 이선 아이버슨(40·피아노), 피터 번스타인(46·기타)이 교편을 잡았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허비 행콕의 리듬을 책임진 베테랑 드러머 하트, 혁신적인 재즈 트리오 ‘배드 플러스’의 리더로서 현재 가장 많은 조명을 받는 젊은 피아니스트인 아이버슨을 비롯해 강사진 면면이 화려하다. 푸른 눈의 선생과 검은 머리의 재즈학도들이 동고동락하는 과정에 기자가 11일까지 사흘간 끼어들었다.

강사들의 교수법은 제각각이다. 흑인 색소폰 연주자 마크 터너는 수강생들과 함께 요가 매트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수업을 진행했다. 채식주의자인 까닭에 하루 한 끼씩은 인근 사찰음식점에서 해결하는 터너는 “15년 전 우연히 요가를 접했는데 너무 좋아 학생들에게 권한다”며 웃었다.

벤 스트리트의 수업에서는 대학교수도 칭찬받지 못했다. 워크숍 전체 수강생 중 7명은 국내 프로 연주자. 오종대(드럼)나 비안(피아노)처럼 대학교수이거나 앨범을 낸 이도 있다. 이들은 9일 오후 스트리트에게 혼쭐이 났다. 재즈 스탠더드 곡 ‘올 더 싱스 유 아’의 매 마디 첫 박 음정을 이어 불러보라는 주문에 단체로 틀렸기 때문이다. 현직 교수도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수업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10일 밤, 바다를 등진 인재니움 야외 특설무대에서는 1주차 마지막 행사인 발표회와 강사진 축하공연이 열렸다. 수강생 중 5명은 아이버슨이 워크숍 기간에 영감을 받아 새로 작곡한 블루스 곡을 초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수강생 이빛나 씨(21·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2학년)는 “첫날 빌리 하트에게서 ‘(당신은) 드럼을 칠 줄 아는 것뿐이지 음악을 아는 건 아니다’란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음악인으로서의 기본자세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12일부터 시작되는 2주차 수업에서는 러시아 태생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시몬 나바토브, 독일 트롬보니스트 닐스 보그람, 미국 드러머 톰 레이니가 강사진에 새로 합류한다.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출국하기 전에 만난 아이버슨은 “다른 나라에서도 강의를 해봤지만 한국 학생들의 특별한 향학열에 굉장히 놀랐다”고 했다. “재즈는 미국의 음악이지만 한국에서도 전통을 접목한 새로운 재즈를 일궈갔으면 합니다.”

사천=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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