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과 대선 불복세력의 이상한 동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민주당은 10일 서울시청 앞에서 통합진보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주도한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고문, 한명숙 전 총리, 박지원 의원 등은 무대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자리를 잡고 촛불을 들었다. 민주당 의원 115명도 함께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단에 올라 “지금 민주주의가 흔들리니까 국민들을 얕잡아보고 전세폭탄, 물가폭탄도 부족해서 세금폭탄을 퍼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집회에선 ‘부정선거 원천무효’ ‘불법당선 박근혜 인정 못해’ ‘사기정부 박근혜 하야하라’ 같은 구호와 팻말이 난무했다. 통합진보당이나 ‘박근혜 아웃’을 외치는 사람들과 촛불집회를 같이 하는 것이 민주당이 말하는 대선 불복세력과의 선 긋기인가.

어제 취임 100일을 맞은 김한길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아닌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당사에서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 채택이 합의됐는데도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요구하며 ‘천막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한쪽에는 국정원, 한쪽에는 세금폭탄으로 민주주의와 민생 쌍끌이로 가겠다”며 장외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판김세’라는 구호를 외치며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까지 증인으로 채택돼야만 장외투쟁을 접겠다는 태세다. 하나를 들어주니 둘, 셋을 요구하는 것은 타협의 정치가 아니다.

김 대표는 그제 서울광장 집회에서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월급생활자에게는 세금폭탄을, 재벌과 슈퍼부자들에게는 세금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산층 이상 봉급생활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과 고소득자가 세금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데다 각종 경제민주화법이 시행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민주당은 장외를 떠돌 것이 아니라 국회에 들어가 세제개편안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다듬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제1야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

민주당은 이러다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국정원 국정조사는 대충대충 하고 끝내려는 속셈인가.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국민의 불쾌지수는 더 올라가고 있다.
#민주당#대선 불복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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