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삼성, 애플 특허 2건 침해” 수입금지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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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강펀치? 삼성엔 잽 수준”
■ 삼성-애플 ‘특허전쟁 2라운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9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관련 제품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특허소송에서 승리한 애플이 이번에도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 내면서 6월 ITC에서 일부 애플 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받아낸 삼성을 2승 1패로 제압한 모양새다. 그러나 삼성의 항고 과정에서 이번 판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고 내년에 본격화할 2차 특허소송을 감안하면 승자를 가리기 어려운 ‘특허전쟁의 2막’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 ITC 결정 뒤집힐 가능성 남아

ITC가 9일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인정한 애플의 특허는 문제를 제기했던 6건 가운데 두 건. ‘스티브 잡스 특허’로 불릴 정도로 애플의 핵심 특허인 ‘사용자 체험 기반 터치스크린 기능(949특허)’과 ‘헤드셋 인식 기능(501특허)’이다. 삼성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항소법원에 항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6월 ITC가 내린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 결정에는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부권은 60일 내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삼성은 10월 중순 항고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ITC가 이번에 침해를 인정한 애플의 핵심 특허인 터치스크린 특허를 미 특허청이 지난해 12월 예비 무효 판정했다는 대목이다. ITC는 특허 침해, 부당 관세 등 불공정행위가 있으면 관련 제품의 수입금지를 결정하는 통상기구인 반면 특허청은 특허를 인정하는 주무기관이다. 특허청이 연내에 이 특허가 무효라는 최종 결정을 내리면 항소법원에서 ITC 판정을 뒤집을 수 있다. 그러면 삼성은 ITC에 재심사를 요구해 이번 결정을 번복시킬 수 있다.

○ 엇갈리는 양사의 득실 분석

ITC 판정에 따른 양사의 득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수입금지 대상이 될 갤럭시S2, 갤럭시넥서스 등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구형 제품이어서 삼성전자 매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는 일치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이 이번 판정을 지렛대 삼아 향후 특허소송과 물밑에서 진행될 특허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일의 지식재산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 씨는 “애플이 삼성을 향한 올가미를 죄고 있다. 삼성이 애플 측이 제시한 특허료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BBC방송과 자신의 블로그에서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삼성이 미묘한 시점에 미국 내 향후 영업에서 ‘한 방’ 먹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야심작인 갤럭시S4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쳐 시가총액이 4개월 동안 30조 원 넘게 날아간 상황에서 삼성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생각한 만큼 강한 펀치를 날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법률회사 미첼 실버버그앤드크넙의 수전 콘 로스 변호사는 블룸버그통신에 “복싱 경기에 비유하자면 잘 날린 ‘잽’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이 강력하게 주장해 온 디자인 특허를 ITC가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삼성전자도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판정이 미국 내에서 처음 나왔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내년 3월부터 본격화할 2차 특허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애플은 삼성의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10.1 등 신제품을 대상으로,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5, 아이패드4를 대상으로 맞소송한 상태다. 최종 무효 결정이 내려진 손가락으로 화면을 늘리는 ‘핀치 투 줌’ 특허와 예비 무효 판정을 받은 바운스백 특허 등도 ITC 결정 대상에는 빠졌지만 2차 특허소송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김용석 기자 witness@donga.com
#삼성전자#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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