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도 세제개편 파장 심각성 알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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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 증세’ 계산기 두드리는 정치권

정부와 새누리당이 중산층 봉급생활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면서 세법 개정안을 손질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세제 개편안의 전면 보류를 포함한 수정방안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에 이어 정부의 세법 개정안 문제를 장외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우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에서 시작된 여야의 대치 정국은 세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더욱 꼬여 가는 양상이다.

○ 여권, 부분손질론 넘어 전면보류론도

새누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11일 “복지를 늘리는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 세수 부담을 늘리겠다는 논리적 구조를 가져갔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 세제 개편의 동력이 상실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제 개편안을 전면 보류하는 것이 당의 부담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세제 개편을 정치쟁점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을 수정하는 정도로는 현실적으로 법안 처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이 세제 개편안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황우여 대표는 “국민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신중히 논의할 사안”이라면서 “서민증세 부분에 대한 것은 꼭 교정할 수 있도록 살피겠다. 월요일부터 많은 부분이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안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세 부담이 증가하는 이른바 기준선(총급여 3450만 원)을 높여 대상자를 축소하거나 기준선을 유지한 채 연평균 16만 원의 부담 금액(총급여 3450만 원 기준)을 줄여 주는 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법 개정안의 큰 틀을 유지한 채 소득별로 차등 적용하는 근로소득공제율을 조정해 중산층의 근로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근로소득공제 인상, 세액공제율 인상 등 방안은 다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미 정부에서 올해 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만큼 여러 가지 의견을 폭넓게 듣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수정을 검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정부 당국자는 “국회에서 정치적 판단을 통해 수정 논의를 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해 앞으로 있을 추가 당정 협의 등에서 보완책이 마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1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관련 언급이 있을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협의해 대처 방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


민주당은 세법 개정안을 ‘세금폭탄’으로 규정하면서 전선 확대에 나섰다. 김한길 대표는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산층과 서민을 노골적으로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확실하게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병완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산층과 서민 세금폭탄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12일부터 ‘세금폭탄 저지 서명 운동’을 시작하겠다”며 “한쪽에서는 국정원 개혁, 또 한쪽에서는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서울 을지로 등에서 봉급생활자들을 대상으로 정부안의 부당함을 알리는 홍보전을 펼치는 한편 납세자연맹 등과 릴레이 간담회를 벌이기로 했다. ‘봉급쟁이를 봉으로 아는 세금’이라는 의미로 ‘봉봉세’라는 신조어를 내세워 전국에 정부안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라며 “국정원 문제 등 정치 투쟁과 달리 세금 문제는 민생과 직결돼 있다”고 반겼다. 민주당에선 “장외투쟁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던 당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강명·동정민 기자·세종=유재동 기자 tesomiom@donga.com
#청와대#세제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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