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우윳값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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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 같은데도 마트 자체브랜드 제품이 30% 가까이 싸
소비자단체 “유통-마케팅비 거품 증거… 가격인상 명분없어”

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흰 우유를 사려던 주부 김모 씨(43)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조사가 같은 제품의 판매가격이 상표별로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었다. 마트의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를 달고 판매되는 우유는 제조사 상표 제품보다 무려 30%나 쌌다. 김 씨는 성분표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그러나 칼슘과 비타민 함유량 등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PB 우유를 바구니에 담았다.

가격 인상 잠정 유보를 선언하긴 했지만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우유업계는 아직도 우윳값 인상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체 상표 제품보다 30%가량 저렴한 ‘PB 우유’를 둘러싸고 ‘적정 마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PB 우유의 가격이 낮은 것은 우유 제조업체의 유통비와 마케팅비 등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매일유업이 제조해 이마트에 납품하는 ‘이마트 우유’ 1L의 가격은 1700원이다. 같은 용량의 매일유업 상표 제품인 ‘매일 ESL우유’(2350원)보다 27.7% 싸다.

홈플러스가 연세우유에서 공급받아 판매하는 1L짜리 PB 우유(‘좋은상품 1A 우유’)의 가격은 1500원으로 같은 용량의 연세우유 제품(2350원)보다 36.2% 저렴하다. 건국유업이 롯데마트에 납품하는 930mL들이 PB 우유 ‘세이브엘 알뜰한 우유’는 1650원이다. 건국유업의 1L짜리 우유(가정용 배달 제품 기준 약 2500원)보다 29%가량 싸다.

같은 제조사에서 만들었는데도 판매가격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PB 우유는 마케팅비와 유통비를 최소화 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사별로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우유의 특성상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 내려면 판촉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며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소매가격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성분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PB 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싸다는 것은 우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우유업체들이 원가 공개에 대한 입장을 확정하는 대로 우유 가격 인상의 적정성을 따질 계획이다.

류원식·김유영 기자 rews@donga.com
#PB 우유#적정 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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