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을 키웠는데 이제와 내 아들 아니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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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직후의 폴 조세프 프론첵. 사진 출처 트리뷴
출생 직후의 폴 조세프 프론첵. 사진 출처 트리뷴
"납치된 아드님과 귀가 똑같네요. 축하합니다."

1965년 이 말을 들은 산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귀가 닮았다는 점을 근거로 친자 확인을 마치고 납치된 아들을 되찾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신생아 어머니가 최근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 아들로 믿고 키워온 아이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란 사실이 48년 만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트리뷴은 9일 "당시 신생아였던 폴 조세프 프론첵(49)이 최근 DNA검사를 통해 자신과 부모가 친자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1964년 4월, 지금은 사라진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 마이클리스 병원 418호. 하루 전 출산한 도라 프론첵에게 한 간호사가 다가와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무 생각 없이 아들을 건네줬지만 1시간이 지나도 그 간호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간호사 차림의 여성이 황급히 아기를 데리고 병원을 떠났다는 목격담을 뒤늦게 전해 듣고야 아들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카고 경찰과 FBI는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다. 납치사건 발생 이후 14개월이 지난 1965년 7월 뉴저지 주 뉴어크에서 비슷한 아기를 발견했다. 납치된 아기와 연령대가 비슷하고 결정적으로 체스터 프론첵 씨와 귀가 닮아 있었다.

전직 FBI 요원은 "DNA검사가 없었던 1980년대 이전에는 지문과 발자국으로 친자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납치된 아이는 지문과 발자국을 채취해두지 않아 혈액형과 외모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론첵은 자라면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형과 달리 크로아티아와 폴란드계인 부모와 닮은 구석이 전혀 없었다. 10세 되던 해 크리스마스, '설마'하던 의심에 불을 당긴 일이 발생했다.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지로 쓰인 옛날 신문에서 자신이 납치된 뒤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는 기사를 읽은 것이다.

현재 네바다 주에서 대학 교직원으로 일하는 프론첵은 올해 4월 오랜 기간 망설임 끝에 용기를 냈다. 부모에게 친자 확인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한 뒤 DNA검사를 의뢰한 것이다. 결과는 'DNA 불일치'. 프론첵은 결과가 나온 뒤 부모님께 "생물학적 아들이 아니지만 당신들을 사랑하며, 나의 진짜 부모와 당신들의 진짜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의 편지를 썼다.

프론첵은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일이라 후회하지 않는다. 진짜 이름 생일 혈통을 되찾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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