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테러 모의, 감청에 덜미 잡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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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지도부 20여명 전화회의 열어 테러계획 논의
수개월간 추적한 CIA에 들통

“마치 ‘파멸의 군단’이 여는 회의 같았다.”

최근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테러 공포로 몰아넣었던 위협의 근원지는 알카에다 연계 단체 지도부 20여 명이 진행한 ‘전화회의(콘퍼런스콜)’였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가 7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알카에다 지도자들과 연계된 단체 대표들의 전화회의 내용을 감청한 뒤 이 단체들이 근거지를 두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 22개국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을 폐쇄했다.

지금까지는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 지도자 나시르 알우하이시에게 직접 테러 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감청된 전화회의는 알카에다의 테러가 한층 체계적으로 모의됐음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화회의에는 AQAP뿐 아니라 파키스탄 탈레반,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 ‘보코하람’,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 북아프리카 지부(AQIM),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운동(IMU) 등 단체의 수뇌부 20여 명이 참여했다. 미국이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대사관까지 폐쇄한 것은 이 회의에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알카에다 지부 지도자까지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회의에서 모호한 용어를 사용해 테러 계획을 논의했으며 테러 공격을 위해 이미 팀 단위의 조직을 각 지역에 파견했다는 사실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화회의가 감청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수개월간 우하이시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지난달 자와히리가 우하이시에게 밀사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 정보당국자는 “이 회의에서 예멘의 우하이시는 이슬람 세계의 알카에다 연계단체를 총괄 지휘할 수 있는 책임자로 임명됐다”며 “파키스탄의 알카에다 지도부가 어떻게 글로벌 조직을 원격 통제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데일리비스트에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7일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시에 있는 해병대 기지를 방문해 군인 3000여 명 앞에서 “알카에다의 테러 행위 가능성에 대한 정보는 심각하고 면밀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알카에다의 위협 때문에 미국이 세계로부터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공포에 떨지 않는다. 우리의 이해관계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도 이날 “알카에다 연계 세력과 알카에다의 이념에 전염된 개인에 의한 위협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카에다를 감시하는 전문가 그룹이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라비아 반도,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된 알카에다 무장세력은 국제 테러리스트 훈련, 서방인 납치, 인터넷 선전활동 등을 통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또 최근 보스턴 런던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은 개인과 소그룹에 의한 ‘집요한 도전’이며 시리아 내전에서 알카에다 세력이 부상한 것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예멘 당국은 이날 알카에다가 동남부 도시 2곳에 있는 석유터미널을 장악해 송유관 폭파 테러를 모의했으나 정부가 사전에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일랜드 섀넌에서 출발한 US에어웨이 여객기가 7일 오후 신원 불명의 남성에게서 폭파 위협을 받고 미국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미군은 8일 오전 예멘 동남부에서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탄 차량 두 대를 드론으로 공습해 조직원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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