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즈모 進水 다음날… 中 해경선 4척 센카쿠 무력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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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순찰 임무중 日우익선박 몰아내”… 센카쿠해역에서 첫 28시간 체류
日 “힘으로 상황 반전 시도” 반발… 中 “해상분쟁 강력대응”… 긴장 고조

중국은 8일 일본이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중국 해경선이 일본 우익 선박들을 몰아냈다고 밝혔다. 또 사상 처음으로 해당 해역에서 만 하루 이상을 체류하며 순찰 활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중국 해경선이 일본 선박을 몰아냈는지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채 “힘을 배경으로 한 현 상황 반전(反轉) 시도”라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는 중국이 해상 순시 전담기구를 설치한 데 이어 일본이 역대 최대 규모의 호위함 ‘이즈모’를 진수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므로 추가 충돌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해경선 2350, 1126, 2102, 2166호 편대가 7일 우리의 댜오위다오 영해에서 주권수호를 위한 순찰을 했다”고 전했다. 해양국은 “해경선 편대는 주권을 침해한 일본 선박을 발견해 댜오위다오 영유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엄정하고 분명하게 설명한 후 해당 선박을 몰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추(環球)시보 등 중국 언론매체들은 “일본 순시선을 몰아낸 것은 지난달 중국해경국 설립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선박’을 순시선으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주일 중국대사관은 8일 홈페이지에서 “일본 우익 선박들이 불법으로 중국 영해에 들어와 주권을 침해했다”며 “중국 해경선이 우익분자들을 감시하고 쫓아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일본 선박을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쫓아냈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가해양국은 지난해 10월 31일에도 자국 해양감시선이 일본 배들을 퇴각시켰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 해경선 4척 중 3척은 7일 오전 7시 30분경 센카쿠 영해에 진입했다. 그 후 1척이 더 영해에 들어왔다. 해경선들은 한때 센카쿠 섬에서 2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선 4척은 센카쿠 영해에서 약 28시간을 머문 뒤 8일 정오 무렵 영해를 빠져나가 접속수역(영해기선에서 12∼24해리·22∼44km)을 항해했다. 지난해 9월 일본이 센카쿠 열도 국유화를 선언한 이후 중국 해경선이 수시로 센카쿠 영해를 드나들었지만 하루를 넘겨 체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엔 올해 2월 2일 중국 해양감시선이 센카쿠 12해리 수역에서 14시간 16분간 항해한 것이 최장 기록이다.

중국 매체들은 일본 선박을 몰아내고 댜오위다오 영해에서 하루를 머문 사건이 7월 22일 중국해경국 출범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해경국은 국가해양국 산하 해감총대가 공안부의 해상 경비 및 변방 순찰, 농업부의 어업지도, 해관총서의 해상 밀수 단속 업무 등을 흡수 통합한 방식으로 설립됐다. 기존 국가해양국은 해경국을 통해 해상 경비 업무를 집행한다. 해경선으로 바뀐 해감선과 어업관리선은 기관총 등을 갖춰 이전보다 무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해상 분쟁에 더 강력히 대응할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해경국의 집행 능력을 선전함과 동시에 전날(6일) 일본이 항공모함급 호위함 이즈모를 진수한 데 대한 무력시위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의 실력행사에 대해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외무성의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8일 한즈창(韓志强) 주일 중국대사관 공사를 불러 중국 해경선의 센카쿠 영해 진입에 대해 항의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중국 공무선의 최장 시간 침범에 대해 일본은 극도로 유감을 느낀다”며 “힘을 배경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현 국제사회에서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도쿄=박형준 특파원 koh@donga.com
#센카쿠#중국#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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