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매각 지켜본 뉴욕타임스 “우린 안 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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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가 ‘다음 매각 후보’ 거론하자… 설즈버거 발행인 “그 길 안갈 것”
일각선 “WP보다 재무구조 취약”

아서 설즈버거 회장
아서 설즈버거 회장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인수되자 WP와 쌍벽을 이루는 ‘퀄리티 페이퍼’ 뉴욕타임스(NYT)가 다음번 매각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WP는 7일 “WP는 이미 팔렸다. 다음 순서는 NYT?”라는 기사에서 “실적 부진과 노조협상 잡음 등 NYT의 내부 갈등으로 볼 때 신문 시장에서 다음 매물로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NYT 발행인을 겸임하는 아서 설즈버거 뉴욕타임스컴퍼니 회장(62)은 이날 온라인 성명에서 WP를 언급하며 “NYT는 그 같은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NYT를 팔겠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No)’”라며 “NYT는 판매용이 아니다(not for sale)”라고 잘라 말했다. 이 성명은 설즈버거 가문의 비공개 가족회의 직후에 나왔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NYT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나 베조스 같은 정보기술(IT) 부호에게 팔릴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NYT는 WP보다 재무구조가 더 취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WP가 교육교재 생산, 지역방송국 운영 등 다른 분야로 확장해 신문 부문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인 반면 NYT는 사업 다각화 정도가 미진하다. 2007년 지역 방송국 9개를 매각했고 2011년 소규모 지역 신문들도 팔아치웠다. 한때 잘나갔던 검색 사이트 어바웃닷컴도 지난해 정리했다. 1993년 11억 달러(약 1조2238억 원)에 사들였던 보스턴글로브는 지난주 7000만 달러에 팔았다. 돈 되는 자산은 NYT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전부다.

NYT는 2009년 멕시코의 억만장자 카를로스 슬림에게 손을 벌려 연 14%의 고이율로 2억5000만 달러를 융통해 현금 유동성 문제를 겨우 해결했다. 종이신문 운송비용 등으로 부채는 급속히 늘고 있다. WP는 “디지털 시대에 종이신문이 겪는 무시무시한 수익 압박을 ‘그레이 레이디(Gray Lady·NYT의 별명)’라고 해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WP는 이날 ‘한때 상상할 수조차 없던 일이 어떻게 현실화됐나’라는 기사에서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 캐서린 웨이머스 발행인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매각 뒷얘기를 소개했다.

매각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그레이엄 회장의 조카딸인 웨이머스 발행인이었다. 웨이머스 발행인은 지난해 말 “손실의 늪에서 살든지, 직원을 해고하든지, 매각하든지 3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하라”고 그레이엄 회장에게 요구했다. 매각을 택한 그레이엄 회장은 친구이며 단기이익 추구에 연연하지 않는 베조스를 후보로 점찍었다.

3, 4월경 첫 인수 제안에 베조스는 시큰둥했지만 7월에 “인수에 관심 있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 다음 날 베조스를 만난 그레이엄 회장은 “회사 경영이 이렇게 나쁘다, 그래도 사겠느냐”고 겁을 줬지만 베조스는 “그래도 관심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이틀 뒤 매각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레이엄 회장은 “베조스의 마음이 왜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신문 업계 현황과 미래에 대해 심층 연구를 한 듯하다”고 털어놨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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