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대신 정쟁만 난무… 차별화 못해 아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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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청년비례대표 4명 의정활동 1년 소감 들어보니

지난해 4월 총선 때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천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청년비례대표제. 일자리 창출, 반값등록금 등 되풀이되는 ‘공약(空約)’만 내세우던 것에서 벗어나 아예 2030세대를 대표로 내세워 “직접 문제를 해결해 보라”며 열쇠를 쥐여주자는 취지의 시도였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안정권에 청년 몫을 배치했고, 민주당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발탁된 이들이 새누리당 김상민(40) 이재영 의원(38), 민주당 장하나(36·여) 김광진 의원(32)이다.

청년비례대표는 기대했던 만큼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다음 총선에선 사라져야 할 제도”라는 말들도 공공연히 나온다. 당사자들은 그간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또 국회의원으로서의 생활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 “‘준비된 의원’과 차이 있더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나본 이들은 “어린 나이 때문에 힘들었다기보다는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고 토로했다. ‘깜짝 데뷔’였다는 얘기다. 4명의 의원 중 국회의원이 되기 전 소속 정당에서 활동을 해온 사람은 장 의원뿐. 대학을 졸업한 뒤 7년 동안 전국대의원, 제주도당 대변인 등을 지낸 장 의원조차 “지역에서 나름의 활동을 했지만 국정, 여당 등을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치는 많이 다르더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김상민 의원은 “청년운동가로 살아온 만큼 전문성을 살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나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아무 상의 없이 환경노동위에 배정됐다”며 “의원 간 이해관계나 힘의 구조에 따라 상임위 배정이 이뤄지더라”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은 “‘청년대표’로 국회에 들어왔지만 청년단체에서 활동한 경험이 없다.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청년층 지지라는 동력이 부족하더라”며 “인맥 부족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처음에는 다른 초선이나 나나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현실 정치를 들여다볼수록 ‘정치 밥’을 먹은 분들과 나는 달랐다”며 “젊음과 패기만으로는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실 정치 적응’은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정치권에 입문할 때 “기성세대와는 정말 다른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 장 의원은 “지난해 대선 때엔 여야가 앞다퉈 민생, 경제민주화를 외쳤는데 지금은 국가정보원,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란 단어만 난무한다. 아쉽다”고 말했다. 몇몇 의원들은 여야가 대치하는 사안에서 ‘당에 충성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무언(無言)의 압박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초선 모임을 만든 사실을 소개하며 “낡은 정치를 초당(超黨)적인 젊은 정치로 혁파하고 쇄신해 보겠다”고 말했다.

○ 선배 의원들의 평가, “의욕은 OK, 성과는 글쎄…”

2030세대와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상당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광진 의원은 “아무래도 여름 군복의 재질 개선, 사병 급여 현실화 등 젊은 장병들의 실제 생활에 필요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 8년 차까지 적용되는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다. 장 의원은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목소리 등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김상민 의원은 “청년들의 어려움을 잘 파악하고 소통해 청년층에서 8∼10%포인트가량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이 의원은 “청년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관련 입법에 힘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인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의욕은 높이 사지만 앞으로 이벤트성 공천이나 ‘깜짝 발탁’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정당처럼 청소년 정치캠프에서 예비 정치 리더를 육성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청년비례대표는 ‘운 좋은 신데렐라’로 폄훼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초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급사(急死)’를 언급한 글을 리트윗하는 등 정치적 논란을 빚은 김광진 의원 사례를 지적하며 “정치엔 역시 검증과 경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따로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임현석 인턴기자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청년비례대표#의정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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