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2집-5집 발표한 f(x)-브라운아이드걸스, 가요 전문가 평 들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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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악곡의 중독성… 듣는 재미 보는 즐거움…

‘안녕, 한 번쯤은 날 들어봤겠지. 너의 사랑니… 다른 애들을 다 밀어내고 자리를 잡지… 네 맘 벽을 뚫고 자라난다’(f(x) ‘첫 사랑니’ 중)

‘누가 더, 니가, 내가, 나쁠까/나한테 잘 걸렸어… 그렇게 살지 마라, 너 말이야… 혼자 보긴 너무 아까운 일이야/너의 무너진 모습’(브라운아이드걸스 ‘킬 빌’ 중)

두 걸그룹이 지난달 29일 나란히 돌아왔고, 예전처럼 가요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그러나 히트 행진을 이어온 걸그룹 중 맏언니와 막냇동생 격인 둘의 길은 서로 달랐다.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는 거꾸로 자랐다. 실력파 여성 보컬 그룹으로 출발해 문득 댄스 아이돌이 됐다. 특히 시건방춤으로 국민적 ‘건들거림’ 바람을 일으킨 2009년 ‘아브라카다브라’부터 ‘사인’ ‘식스센스’를 거쳐 ‘킬 빌’까지 그들은 클럽에서 금요일 밤을 불태우는 오피스 레이디 같은 노랫말이나 악곡, 춤을 이어왔다. 마법을 걸거나 맞바람을 피워서 이성을 유혹하고 제어하는 마녀처럼.

‘f(x)’는 데뷔 당시 멤버의 80%가 10대였고, 또래들의 알쏭달쏭 심리를 변덕스러운 노랫말과 음악에 투영했다. ‘몰라 몰라 아직 나는 몰라 기본 기본 사랑공식’(‘누 예삐오’)이라 털어놓으며 ‘궁금투성이의 너… 맘에 들게 너를 다시 조립할’(‘피노키오’) 거라고 했지만 ‘전 전 전압을 좀 맞춰서 날 사랑해’(‘일렉트릭 쇼크’) 달라면서 감정 앞에 쩔쩔맸다. 이제야 ‘네 맘 벽을 뚫고 자라’(‘첫 사랑니’)겠다고 엄포를 놓는 단계에 이르렀다.

두 그룹 모두 괜찮은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다. ‘아브라카다브라’는 2010년, ‘일렉트릭 쇼크’는 올해 각각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두 곡을 각 그룹의 역대 히트곡 가운데 가장 잘 만들어진 곡 중 하나로 평가했다. 2008년 ‘마이 스타일’부터 김이나(작사)-이민수(작곡) 콤비의 힘을 빌려 왔던 브아걸은 새로운 작곡가팀 캔디 사운드(멤버 제아와 이규현 작곡가)에 ‘킬 빌’을 맡겼다. ‘첫 사랑니’는 ‘라차타’를 제외한 다른 f(x) 히트곡들과 마찬가지로 유럽 작곡가 여럿이 공동 작곡했다.

‘첫 사랑니’는 평균 8점(10점 만점)을 받았다. ‘일렉트릭 쇼크’(8.4점)엔 못 미치지만 ‘누 예삐오’(8점)만큼 좋은 평가를 얻었다. ‘킬 빌’도 압도적인 찬사를 받은 ‘아브라카다브라’(9.4점)와는 큰 차이를 보였지만 ‘마이 스타일’(7점)과 비슷한 평을 받았다.

‘첫 사랑니’에 대해 전문가들은 f(x)의 전매특허였던 가사의 독특함은 다소 무뎌졌지만 악곡의 중독성은 여전하다고 봤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 히트곡들에 비해선 가사의 독특한 세계관이 좀 약화됐지만 ‘일렉트릭 쇼크’를 비롯한 그간의 f(x) 타이틀곡이 지녔던 매력을 그대로 이어왔다”며 “가사에서는 좀 더 대중적인 접근이 눈에 띈다”고 했다. 강일권 평론가는 “특유의 세련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이번에도 잘 구현했다”며 “이전처럼 유럽 작곡가의 힘에 기댄 것은 아이돌 그룹의 한계다. 프로듀서의 성과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킬 빌’도 브아걸만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평이 나왔다. 차우진 평론가는 “브아걸은 ‘어쩌다’ ‘캔디맨’처럼 듣는 재미가 있는 노래를 부를 때 가장 좋았다. ‘킬 빌’도 그렇다”며 “재밌는 소리와 간단한 비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면서 노래 잘하는 멤버들의 음색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경준 평론가는 “과거의 감성을 복원하면서도 세련됨을 유지하는 리듬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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