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BMW 5시리즈…주행 중 문짝 열려

  • 동아경제
  • 입력 2013년 8월 9일 0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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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남해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 문이 갑자기 열려 도로 위로 떨어진 여학생.
지난달 남해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 문이 갑자기 열려 도로 위로 떨어진 여학생.
얼마 전 국내의 한 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인 차량의 문짝이 갑자기 열려 한 여학생이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일반인들은 ‘황당 해프닝’ 쯤으로 여기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BMW 5시리즈와 그란투리스모(GT)3.0xDrive 일부 소유주들은 마치 자신들이 겪은 듯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최근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BMW 차량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접수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결함신고센터에 신고한 2013년형 BMW 520d 소유주 박모 씨는 고속도로 주행 중 조수석 앞 문짝이 자동으로 열렸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조수석 앞문이 두 차례나 열렸다”며 “이 같은 결함으로 올 초에 수리를 받은 적이 있지만 또 문제가 됐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1월 24일 도로를 달리다 차량 스스로 문짝이 열리는 황당한 일을 처음 겪었다. 당시 BMW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는 문제의 차량에 도어 잠금장치 부위 부품교체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작업했지만 문 열림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박 씨는 “주행 중에 스스로 문짝이 열리는 것은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라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서 수리를 해줘야한다”며 “단순 도어 잠금장치 부분의 부품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이 현상을 잡아내는 데 무리가 있다”고 리콜을 강력히 주장했다.

특정 상황에서 문짝 스스로 개폐
수리 받아도 원인 못찾아 재발생


이 같은 결함은 이미 지난해부터 해당 차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불거져 나왔다. 급기야 지난 4월초에는 이와 관련한 정보공유 카페(BMW GT OWNER)까지 생겨 집단 대응 중이다. 카페 운영자 이모 씨는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내차(GT30dxDrive) 역시 회전구간을 통과하던 중에 뒷좌석 문짝이 열려 타고 있던 가족이 떨어질 뻔했다”며 “BMW 차량 문 열림 현상을 직접 겪었던 운전자들과의 정보 공유 및 리콜 요구를 위해 카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제작사(BMW)는 차량 문짝이 열리는 중대결함에도 원인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어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에 엄청난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차량이 방지턱을 넘거나 ▲움푹 패인 도로를 지나칠 때 ▲차체가 어느 한 쪽으로 쏠리고 ▲시속 100km 이상 주행할 때 등 특정한 상황에서 문짝이 스스로 개폐된다.

문제는 수리를 받아도 이 결함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동호회원은 지난 6일 카페를 통해 “과거에도 주행 중 문 열림 현상 때문에 수리를 받고 GT3.0d xDrive를 한동안 문제없이 탔다”며 “그러나 이날 문 열림 현상이 다시 나타나 불안해서 차를 탈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일반적인 차량 문짝에는 도어 로크(door lock)가 있어 주행 중 문이 닫힌 상태를 유지해준다. 래치(latch)와 그에 맞물리는 스트라이커(striker)로 잠기게 하는 원리다. BMW 차량에는 이중 로크 장치가 적용돼 1단 로크만 채결돼도 주행 중에는 웬만해서 문이 스스로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BMW 측은 이번 결함과 관련해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BMW 서비스센터에서는 진단기를 차량에 연결해 차량 도어 체결 여부를 나타내는 경고등 오작동 점검과 도어 로크 정상 작동 유무를 확인해주고 있는 게 전부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해당 결함 관련 소명을 요구해와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설계 오류 가능성 제기돼
교통안전공단-BMW 조사 착수

미국선 BMW 7시리즈 리콜 실시


일각에선 BMW 차량의 설계 오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는 “자동차 결함을 수십 년간 연구해봤지만 주행 중에 차문이 열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수리를 마친 차량에서 같은 결함이 반복된다면 설계 오류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현상은 탑승객 뿐 아니라 주변 운전자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중대 결함”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전량 리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통안전공단도 이번 결함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몇몇 BMW 소유주들이 도어 개폐 문제로 결함신고센터에 신고했다”며 “BMW와 함께 공동조사 및 실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에서는 BMW 차량의 의도치 않은 문짝 개폐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NHTSA(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2005년~2007년 형 BMW 7시리즈 일부 차종에 대해 도어 결함으로 리콜을 진행했다. NHTSA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컴포트 엑세스, 소프트 클로스 오토매틱이 옵션으로 장착돼 도어 매칭 메커니즘이 꼬여 주행 중 문짝이 의도하지 않게 열릴 수 있다. 당시 BMW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무상으로 실시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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