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산층 세금부담 너무 무거워지면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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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현오석 경제부총리 주재로 세제(稅制)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2013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인적·특별공제 항목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고 유망 서비스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 가업(家業)상속공제 적용 대상 확대,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자녀장려세제(CTC) 도입도 눈에 띈다.

기존의 소득공제 방식은 소득이 많을수록 공제 혜택도 컸기 때문에 세액공제로 변경한 것은 합리적인 개편으로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공제 방식 변경으로 전체 근로자의 72%가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연봉 3450만 원을 넘는 상위 28%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많든 적든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봉급생활자가 434만 명이나 된다. 이 중 상당수는 고소득자라기보다는 중산층 근로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조세저항이 없도록 기준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세금을 물리지 않았던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2015년부터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최근 본란(本欄)이 지적했듯 종교인 과세는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비록 세수(稅收) 증대 효과는 크지 않지만 원칙의 차원에서 이번에 확실히 매듭짓는 게 옳다. 공무원 직급보조비와 재외근무수당, 연간 소득 10억 원 이상 부농(富農)에게 소득세를 물리기로 한 것도 형평 조세와 과세 기반 강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기재부는 지나치게 사용액이 늘어난 신용카드 대신 직불형 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낮추는 내용을 이번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직불카드가 신용카드보다 소득공제 효과가 작은 것은 아니지만 이 방침은 지난해에도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신용카드 공제 축소의 득실을 잘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연간 2조4900억 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규모와 재정 수요 확대에 따라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나라곳간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세수 확대와 불요불급한 지출 축소는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봉급이 노출된 중산층 근로자의 유리지갑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 건전성 확보와 조세 형평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국회 심의 과정에서 꼼꼼히 따지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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