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항공사 “새들이 무서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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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1∼7월 조류충돌 70건… 에어부산도 13건으로 증가 추세
“안전엔 문제없지만 비용손실” 비상

대한항공 정비사들이 운항 중 새와 충돌한 비행기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정비사들이 운항 중 새와 충돌한 비행기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1 지난달 16일 오전 부산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대한항공 A330 항공기가 새와 충돌했다. 다행히 항공기에는 문제가 없어 제주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하지만 엔진 입구 덮개를 수리하는 데 5600만 원이 들었다. 이 여파로 후속 항공편 2편은 결항하고 1편은 2시간 이상 지연 운항됐다. 결국 운항 지연비 4000만 원을 포함해 96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2 지난달 23일 부산에서 제주로 가던 에어부산 BX8107 항공기가 제주공항에 접근하던 중 새와 부딪혔다. 항공기는 정상 착륙했고, 매뉴얼에 따라 점검한 결과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비행기 동체에 묻은 혈흔 제거와 점검 등으로 후속 운항이 7분 정도 지연됐다.

항공기 운항을 위협하는 조류 충돌이 매년 늘어나 항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에서는 2010년 149건, 2011년 151건, 지난해 156건, 올해 1∼7월 70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에어부산에서는 2010년 12건, 2011년 10건, 지난해 20건, 올해 1∼7월 13건이 발생했다.

항공사들은 “새와 부딪히더라도 안전 운항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보통 조류 충돌이 자주 발생하는 곳은 항공기 전방의 안테나 덮개다. 이 덮개는 외부 충격에 강한 복합소재로 제작돼 수십 t의 충격도 견딜 수 있다. 엔진 또한 외부 이물질이 들어가더라도 자연스럽게 배출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엔진은 제작 과정에서 3.65kg에 이르는 큰 새를 실제와 똑같은 조건에서 유입시키는 시험을 거친다. 이를 통과해야만 실제 항공기에 장착해 사용한다.

다만 조류 충돌로 인한 정비비나 운항 지연, 결항으로 인한 손해 등을 합치면 항공사들은 매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개당 3000만 원이 넘는 회전 날개에 손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회전 날개 여러 개가 손상될 경우 한번에 수억 원의 수리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각 항공사들은 공항 주변에 조류 퇴치 반사테이프나 먹이로 유도해 그물 속에 가두는 시설을 설치해 놓고 있다. 조류 충돌의 60% 이상은 새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8∼11월 발생해 이 시기에는 전담 요원들이 공기총 등으로 포획하기도 한다. 대한항공 김영호 차장은 “조류 충돌이 항공기 안전 운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물질적인 피해가 많아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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