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격 인상’ 역풍… 반나절만에 제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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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어제 10.6% 올렸지만 소비자 반발 의식한 대형마트 “거부”
값 인상 일단 철회… 추후 협상하기로

우유 가격 인상을 가장 먼저 주도한 매일유업이 소비자들의 반발에 8일 ‘백기’를 들었다. 매일유업은 이날 오전 예정대로 대형마트에 대한 우유 공급가를 인상했다가 오후에 인상안을 일단 철회(잠정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매일유업이 우윳값 인상을 잠정 보류한 것은 소비자들의 저항이 예상외로 거센 데다 유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마트들이 ‘협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물가상승 우려 등을 들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며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 왔다.

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의 결정이 다른 업체의 우윳값 인상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은 당초 9일부터 매일유업의 1L들이 흰 우유 가격을 300원 올릴 계획이었지만, 이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8일 유통업계와 우유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이날 오전 예정대로 우유 공급가를 인상했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의 눈치작전이 인상안을 좌초시켰다. 홈플러스는 오전에 매일우유의 1L들이 흰 우유 소매가격을 10.6% 올렸지만 이마트가 돌발 행동을 했다. 이마트는 200mL, 500mL, 1L 등 주력 제품의 가격을 동결시키기로 긴급 결정했다. 이들 주력 제품은 전체 우유 판매량의 90%를 차지한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사실상의 가격 동결에 나서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주력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인점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이 치열해 한 곳이라도 싸게 팔면 그 가격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대형마트 대부분이 가격 동결 결정을 내리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8일 오후 “가격인상안을 일단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대형 고객인 할인점이 유통마진을 포기하면서 소매가격을 동결하면 제품을 공급하는 우유업체는 공급가를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3사가 가격 인상 방침을 바꾼 데에는 하나로마트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다른 대형마트들의 분위기는 하나로마트가 7일 매일유업 측에 당분간 소매가 동결, 즉 가격 인상 불가 방침을 통보하면서 급변했다. 하나로마트는 정부 정책사업을 하는 농협이 운영하는 특성상 물가 안정이란 정부의 방침을 따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유 가격 인상이 보류된 것은 우유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의 폭리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일유업과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힌 후 소비자단체 등은 “L당 우유 가격 인상분인 250원 중 원유 가격 인상분은 106원에 불과하다”며 불매운동 불사 의견을 밝히는 등 강력 반발했다.

소비자단체들은 매일유업의 결정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10개 소비자단체의 모임인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명분 없이 가격을 올리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아직도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우유 가격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하나로마트가 매일유업과 향후 3, 4일간 가격 협상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유업계는 원유 가격이 106원 오른 것을 우유 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 우유업계가 하루에 6억 원씩 손해를 본다고 밝히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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