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시장 최대 ‘큰손’, 中도 日도 아닌 바로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올 상반기에만 54억달러 사들여… 작년 연간 투자액의 2.7배 달해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영국법인이 입주해 있는 ‘런던 서티 그레셤(London 30 Gresham)’ 빌딩. 런던 금융중심지 ‘런던 시티’에 위치한 연면적 3만7421m²의 이 건물 주인은 다름 아닌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잔금 지급을 완료하고 총 5678억 원에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이 빌딩을 인수했다. 앞서 4월에도 런던 금융가의 16층짜리 ‘서티크라운플레이스(30 Crown Place)’ 빌딩을 사들인 데 이어 또다시 런던 부동산에 투자한 것.

한국 기업 및 투자기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액을 크게 늘리면서 해외 부동산 시장 최대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 시간) 국제 부동산 서비스업체 존스랑라살(JLL)의 집계를 인용해 올 상반기 한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54억 달러(약 6조480억 원)로 작년 연간 투자액(20억 달러)의 2.7배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존스랑라살이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은 해외부동산 최대 투자국이 됐고, 이어 캐나다 싱가포르 순으로 투자액이 많았다.

올 들어 한국 기업들과 기관투자가들은 주요 선진국의 대형 빌딩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한국의 투자 자본은 7월 미국 워싱턴의 랜드마크인 ‘워싱턴하버빌딩’을 3억73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한화생명은 3월 런던 ‘로프메이커플레이스’에 3000억 원을 투자했고 현대해상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갈릴레오 빌딩’ 인수에 참여했다. 삼성생명의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은 삼성생명, 경찰공제회, 새마을금고, 동양생명과 함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에 있는 2000억 원 규모의 호주우체국NSW본부 빌딩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앞다퉈 해외 빌딩 매입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는 갈수록 떨어지고 주식 시장마저 신통치 않으니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는 얘기다. 국내 자본이 최근 매입하고 있는 주요 빌딩의 수익률은 보통 연 6% 안팎으로 쏠쏠한 편이다.

WSJ는 한국의 해외부동산 투자 증가에는 북한 리스크도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위협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커지면서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존스랑라살의 국제 담당 책임자인 스티브 콜린스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남한과 북한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이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