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가족 “폭침 왜곡한 영화 상영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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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주장 담아… 명예훼손 우려” 해군과 함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천안함 폭침사건의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7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제기됐다.

천안함 유가족과 해군을 대리하고 있는 김양홍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사람들의 증언만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상영될 경우 46명 천안함 용사와 유가족, 해군의 명예를 심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왜곡의 자유까지 있지는 않다”며 “천안함이 피격됐다는 것은 국제 민관 합동 조사단에 의해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해군도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어서 법적으로 대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처분 신청의 당사자는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참모처장이던 심승섭 준장과 해난구조대장으로 구조작업을 지휘한 김진황 대령, 천안함 함장이던 최원일 중령, 천안함유가족협회의 이인옥 회장과 이연화 총무 등 5명이다. 이인옥 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영화를 제작하며 영화사 측에서 유족을 상대로 취재를 하거나 아무런 연락도 취해오지 않은 채 일방적인 주장만을 영화에 담았다”며 “엄연한 진실이 있음에도 사실을 왜곡하는 영화가 개봉된다는 점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정식 재판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연화 총무는 “시사회에서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감독이랑 토론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더라. ‘유족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가슴 아프게 해드리기 싫어서 전화 안 드렸다’고 했다는데 그럴 거면 왜 영화를 만든 거냐”며 흥분했다. 이 총무는 “가족들 다 모여서 회의할 때 정말 분노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을 만든 정지영 감독이 기획·제작했다.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내달 초 일반 개봉을 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 영화가 4월 공개됐을 때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또다시 천안함 폭침사건의 원인이 좌초니 충돌이니 주장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혼란만 초래하게 된다”며 상영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영화사가 일반 개봉에 앞서 공개한 티저 포스터는 ‘쉿, 침묵은 여기까지’ ‘2013년 9월 대한민국을 깨우는 용기 있는 작품이 온다’는 광고 카피를 담고 있다.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초계작전 중 침몰해 승조원 46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북한의 책임을 물어 대북경협과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하는 ‘5·24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특대형 모략극이다. 천안함은 좌초했다”고 주장해왔다.

조숭호·김성모 기자 shcho@donga.com

#천안함#상영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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