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디어업계 구조조정 격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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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보스턴글로브 팔아 몸집줄이기… 3년전 주인 바뀐 뉴스위크도 재매각
방송계는 케이블-지상파 계약마찰… 일부선 방송송출 중단사태까지

미국 미디어업계가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쓸리고 있다. 신문업계의 경우 단순히 온라인 사업 강화와 같은 사업 조정을 넘어 지각 변동 수준이다. 미 3대 신문으로 불리는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가운데 WP의 매각이 결정되고, LA타임스도 일찌감치 매물로 나온 상태다. 일부 전문가는 “다음은 NYT 차례”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방송계도 케이블TV업계와 지상파 방송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뉴욕 등 일부에서 지상파 방송의 전송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미 미디어업계 역사상 최초로 유력 신문사가 인터넷 기업에 넘어간 이번 WP의 매각은 미 신문 산업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던 WP가 결국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NYT를 보유한 뉴욕타임스컴퍼니가 자회사인 141년 전통의 보스턴글로브를 미 프로야구 명문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 존 헨리에게 팔겠다는 전날 발표와 겹쳐 충격파가 더했다. NYT는 온라인 신규 사업을 위해 2005년 4억1000만 달러에 사들였던 어바웃닷컴을 지난해 9월 손해를 보고 3억 달러에 팔아 치웠다. 올 1월에는 지역 미디어그룹까지 매각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스턴글로브 매각이 발표된 4일 뉴스위크의 재매각 소식도 전해졌다. 뉴스위크는 2010년 8월 5000만 달러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단돈 1달러에 음향업계 거물인 억만장자 시드니 하먼(2011년 사망)에게 넘어갔으나 3년 만에 온라인 매체인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에 다시 팔렸다.

미국 신문업계의 위기는 한두 해에 걸친 얘기가 아니지만 주요 매출원인 광고와 판매 수익의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이마케터는 최근 2009년 248억 달러였던 신문 광고 매출이 2015년 198억 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종이 신문 발행 중단과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 등으로 대응하는 신문 잡지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등이 종이 신문 발행을 아예 중단했고 뉴올리언스 등 몇몇 도시의 지역 신문은 신문 발행을 주당 3회로 줄이는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유력지 가운데 하나인 가디언도 지난해 10월 ‘종이 신문의 유지 비용이 너무 버겁다’며 온라인 매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낳았다.

미 신문업계의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파산보호신청을 했다가 올 1월 졸업한 트리뷴그룹이 자회사인 LA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볼티모어선 등 8개 신문사를 매물로 내놓았다. 올 6월 신문·출판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회사를 분리한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 로버트 톰슨 사장은 “신문 사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설 계획”이라고 최근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뉴스코퍼레이션이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미 케이블TV 업계 2위 업체인 타임워너케이블이 뉴욕 LA 댈러스 등 대도시에서 미 4대 지상파 방송 가운데 하나인 CBS 채널 송출을 2일 오후 5시부터 중단한 것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 의무 전송 채널인 CBS가 계약을 갱신하면서 채널 재전송료를 약 6배 가까이 높여 줄 것을 요구하자, 타임워너는 채널을 퇴출시키는 강수를 뒀다. CBS와 같은 지상파 방송은 광고 매출이 온라인에 밀려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재전송료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반면 케이블TV 업체는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 인터넷업계 1세대 리더… 전자책-신문 연결할 듯 ▼

■ 작년 세계부자 16위 제프 베조스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49·사진)는 인터넷업계 1세대 리더로, 블룸버그가 8월 집계한 지난해 세계 부자 16위(순자산 279억 달러·약 31조1000억 원)에 오른 정보기술(IT) 업계의 큰손이다.

미국 명문대인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 월가에서 ‘뉴욕시티 헤지펀드’라는 금융회사를 다녔던 그는 자신의 집 차고에서 1994년 아마존닷컴을 창업했다. 그후 아마존닷컴을 온라인 쇼핑의 선두 주자로 키우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그는 관심 분야가 워낙 다양한 ‘IT업계의 괴짜’여서 이번 워싱턴포스트(WP) 매수가 놀랄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WP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서신으로 추론해 보면 그는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고 WP의 온라인 사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아마존의 전자책 사업인 ‘킨들’과 연계해 신문을 킨들을 통해 보도록 하는 전략도 예상된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미디어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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