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민주, 對與싸움 중에도 집안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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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정치부 기자
장강명 정치부 기자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국가정보원 기관보고가 예정돼 있던 5일 오전 10시. 민주당 국조특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회의실이 아닌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정 의원은 민주당의 대표적 강경파다. 그는 “지상파 방송 3사가 국정조사 생중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정원 기관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뒤늦게 달려온 지도부의 한 의원은 “어떻게 지도부에 일언반구도 없이 저런 말을 할 수 있나”라며 황당해했다. 더구나 김한길 대표는 1시간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전 10시 시작되는 국정원 기관보고를 많이 지켜봐 달라”고 당부한 터였다. 정 의원의 기자회견은 중도파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지도부와 사전 상의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국정원 기관보고는 오후 2시에야 지각 개회했다.

그사이 국조특위 국정조사 증인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강경파가 주축이 된 민주당 측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국 대사의 증인 채택을 거듭 요구했기 때문이다. 긴급 조정에 나선 여야 원내지도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의 증인 출석,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보장받고 국정조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를 추인하기 위해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반발이 빗발쳤다.

회의 도중에 나온 정청래 의원은 “어떻게 특위 간사인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증인 채택 같은 문제를 진행할 수 있느냐”며 지도부를 탓했다. 굳은 얼굴로 “나만 바보가 된 것 같다”고도 했다. 반대로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국정조사를 깨겠다는 건지 뭔지, 이해가 안 된다. 늘 말 안 되는 얘기만 한다”며 강경파들에게 눈을 흘겼다. 화장실 등을 가기 위해 잠시 회의장을 나온 의원들은 내부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후 11시까지 4시간 반이나 이어진 의총은 결론 없이 끝났다.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로 갈려 사사건건 서로 치고받던 민주당. 국정원 국정조사 국면에선 중도파와 강경파로 쪼개져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내부 정리도 안 되는 야당이 정부 여당을 견제할 수 있을까.

장강명 정치부 기자 tesomiom@donga.com
#민주당#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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