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고’ 225억의 실험은 결국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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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스토리 문제를 답습한 ‘미스터 고’. 관객들은 영화의 뛰어난 영상에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미스터 고’의 흥행 실패는 스토리를 중시하는 우리 관객의 특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쇼박스 제공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스토리 문제를 답습한 ‘미스터 고’. 관객들은 영화의 뛰어난 영상에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미스터 고’의 흥행 실패는 스토리를 중시하는 우리 관객의 특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쇼박스 제공
제작비 225억 원의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날 것 같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미스터 고’. 역대 한국 영화 중 ‘설국열차’와 ‘마이웨이’ 다음으로 많은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여럿 달았을 만큼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한국 영화 최초로 디지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온전한 3차원(full 3D)’ 영화였다.

하지만 ‘미스터 고’의 흥행 추이를 보면 150만 관객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웨이’ ‘7광구’ 등 과거 대작들의 실패를 답습하는 모습에 영화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영화의 실패 이유를 살펴봤다.

○ 역시 스토리가 문제

‘미스터 고’는 한국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인 고릴라 링링의 털이 한 올 한 올 살아 있는 듯한 섬세한 기술이 돋보였다. 3D 효과도 만족스러웠다. 고릴라가 야구공을 던지는 장면에서는 객석으로 공이 날아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실감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스토리였다. ‘미스터 고’는 시사회 직후부터 스토리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3D 괴수영화를 지향했던 ‘7광구’의 실패도 빈약한 스토리 때문이었다. ‘실미도’(2003년) ‘국화꽃 향기’(2003년)의 시나리오를 쓴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는 “‘미스터 고’가 이야기의 큰 줄기를 관객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실패한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영화에서 이야기의 큰 맥은 빚을 진 중국 서커스단 소녀 웨이웨이가 링링과 함께 성공을 거둬 다시 서커스단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 하지만 클라이맥스에서 이야기는 링링과 다른 고릴라 레이팅의 싸움으로 흘러간다. 이러다 보니 관객은 감동받아야 할 지점을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다.

전찬일 평론가는 “우리나라 관객이 과도할 정도로 드라마를 좋아한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거대 서사는 디테일을 놓칠 수밖에 없는데, 관객은 이런 점을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상미만으로는 흥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서는 영상미는 뛰어나지만 스토리가 약한 영화들이 참패를 맛봤다. 이명세 감독의 ‘형사 듀얼리스트’(2005년), 이현승 감독의 ‘푸른 소금’(2011년)이 대표적 사례다.

규모가 큰 영화일수록 보편적 주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아바타’가 꼽힌다. ‘아바타’의 자연에 대한 사랑처럼 기꺼이 동의할 수 있는 주제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제작사 대표는 “‘미스터 고’에는 ‘월드워Z’의 가족애 같은 보편적 주제를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 합작 영화의 ‘양다리 전략’은 위험

‘미스터 고’는 중국 투자배급사인 화이브러더스가 제작비 50억 원을 투자한 영화.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자국 영화로 분류돼 스크린쿼터의 제한을 피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중국 시장을 의식해 ‘한국적 색깔’을 탈색시켰다. 지난달 18일 중국 개봉한 ‘미스터 고’는 현재까지 200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으며, 현재 박스오피스 5위권으로 흥행 성적이 나쁘지 않다.

정지욱 평론가는 “유머는 지역적인 코드가 중요한데, 한국 관객에게 ‘미스터 고’는 밋밋한 웃음만 준다”고 말했다. 전작 ‘오! 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용화 감독이 선보인 페이소스가 담긴 유머가 이 영화에서는 약하다는 분석이다. 한국, 중국, 일본 합작 영화 ‘마이웨이’도 이런 점 때문에 세 나라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야구를 소재로 택한 것도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년) ‘YMCA 야구단’(2002년) ‘슈퍼스타 감사용’(2004년) ‘퍼펙트게임’(2011년) 같은 야구 소재 영화 중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미스터 고#합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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