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격 인상 근거 못대면 불매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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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단체협의회, 우유업계 빅3 불러 긴급간담회

“우유 가격을 인상하려면 산출 근거를 마련해서 7일까지 갖고 오세요. 가격 인하 방안을 내놓으시든지요. 그러지 않으면 소비자단체는 불매운동에 들어갑니다.”(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장)

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1가 서울 YWCA회관. 최근 우유업계 1, 3위인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이 우유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이 우유업체와 대형마트 임원들을 ‘긴급 호출’해 목소리를 높였다. 우유업체 임원들은 “원유(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연신 땀을 훔쳤다.

이날 모임은 10개 소비자단체로 이뤄진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우유업계 빅3’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간부들을 불러 마련한 ‘긴급 간담회’. 정부에 이어 소비자단체들이 우유 가격 인상 철회를 위해 이례적으로 업계 간부들과 모임을 가진 것이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소비자단체들이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펼쳐진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단체들은 우유업체들이 가격 인상의 근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불사한다는 방침까지 밝히는 등 잇달아 공격을 퍼부었다. 업체들에도 발언권이 주어졌지만 업체 대표들은 해명하기에 바빴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매일유업과 서울우유가 각각 8일과 9일 우유 가격을 L당 250원씩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원유 가격 인상분인 106원을 제외한 144원 인상은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김연화 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원유 가격이 106원 올랐는데 유통비와 제조비 등의 명목으로 144원을 추가로 더 받겠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라며 “더이상 소비자를 우롱하지 말라”고 말했다. 강정화 소비자연맹 회장도 “원유 가격을 올리는데 왜 제조·유통비까지 덩달아 올려야 하느냐”며 “원유 가격 연동제는 ‘제조·유통 가격 연동제’가 아니다”라고 다그쳤다.

이날 소비자단체들은 우유 가격 인상의 원인을 제공한 ‘원유 가격 연동제’를 즉각 폐지하라고 맞섰다. 원유 가격 연동제는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3, 4년을 주기로 ‘우유 파동’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해 매년 생산비 인건비, 물가 상승분 등의 비용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다. 조태임 한국부인회총본부 회장은 “과거에 낙농업체와 유가공업체가 원유 가격을 3, 4년을 주기로 올렸던 것과 달리 원유가격연동제는 1년 단위로 실시된다”며 “내년에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가격이 또 오를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유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우유 가격에 인건비와 물류비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2008년 원유 가격이 L당 120원 인상될 때 우유 가격이 L당 450원 올랐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2011년에는 원유 가격이 L당 130원 올랐지만 이명박 정부의 물가 압박 등으로 우유 가격이 L당 200원 오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우유업체들은 1일부터 ‘원유가격연동제’가 실시돼 원유 가격이 106원 올랐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하루에 6억 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 시간 만에 끝났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소한의 마진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여론 등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가격 인상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획재정부도 우유 가격 인상이 적정한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혀 우유업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기재부는 “우유 가격 인상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최악의 경우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유영·김범석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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