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토종 뮤지컬 ‘밥 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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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 뮤지컬이 대세라고 한다.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외국 작품 말고도 국내 연극인들이 제작하는 신작(新作) 뮤지컬이 해마다 120편가량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잘나가는 국내 영화산업과 비교해 봐도 한국 뮤지컬의 생산력은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개봉된 신작 한국 영화는 175편이었다. 일본은 뮤지컬 시장 규모가 한국의 두 배 이상이지만 대부분 외국 작품으로 채워진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 창작 열기가 ‘뮤지컬 한류’의 꿈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서울시뮤지컬단(단장 유인택)의 뮤지컬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밥 퍼)’을 관람했다. 최일도 목사와 부인 김연수 씨의 러브 스토리와 함께 이들 부부의 청량리역 앞 무료급식 활동을 다룬 작품이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생존 인물의 실화가 주는 호소력은 뛰어났다. 강필석 강성연 등 출연 배우들의 가창력도 돋보였다. 우리 뮤지컬이 해외에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노래 잘하는 배우들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뮤지컬이 인기를 모으고 상업성이 확인되면서 인재들이 뮤지컬 쪽으로 모여드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밥 퍼’ 제작진이 3000석 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공연장소로 택한 것을 보면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편하게 운영해 나갈 수도 있는 서울시 산하 공연단체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노력과 시도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무대 장치와 일부 장면은 다른 수입 뮤지컬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갖게 했다. 스토리 구성 면에서도 최일도 부부의 감동적인 삶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56억 달러(약 6조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장기 공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입을 올림으로써 영화 TV드라마 대중가요 등 다른 장르를 압도하는 경제 효과를 자랑하고 있다. 뮤지컬은 비싼 문화상품이라는 인식도 퍼져 있다. 하지만 창작 뮤지컬의 길은 험난하다. 많은 관객의 기억 속에 이미 입력되어 있는 과거의 성공작을 뛰어넘는 매력을 선사해야 한다.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겠지만 뮤지컬은 끊임없는 보완과 수정을 거쳐 완성된다. 뮤지컬 ‘밥 퍼’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서울시의 대표 뮤지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뮤지컬#창작#밥 퍼#장기 공연#경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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