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아 회장 “국제기구와 성폭력 예방체계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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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아 세계여자의사회 신임 회장

“한국 여성 의료진의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으로 우리 의료의 우수성과 봉사정신을 세계 각국에 널리 전파하겠습니다.”

박경아 신임 세계여자의사회 회장(62·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사진)은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새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회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29차 세계여자의사회 폐회식에서 임기 3년의 제3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박 회장은 어머니 나복영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88)와 함께 국내 유일의 모녀 해부학자로도 유명하다.

세계여자의사회는 1949년 미국 뉴욕에서 창립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 46개국 2만여 명의 여성 의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세계적인 의료단체다. 여성 인권 향상과 여성 의료지도자 양성을 주요 목표로 활동한다. 한국은 6·25전쟁 뒤 5년 만인 1958년 가입했다.

박 회장이 품은 목표는 크게 2가지다. 먼저 세계여자의사회의 회원국을 많이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는 “30년 전 2000명에 불과했던 우리 여성 의사 수가 2만 명 규모로 늘고 실력이 향상된 데는 세계여자의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한몫했다”며 “임기 안에 미얀마 라오스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지역의 단체 가입률을 높여 지역 여성 의료진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의료물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또 세계적으로 만연한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가정폭력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진이 세계여자의사회 회장으로 선임된 건 1989년 주일억 한국여자의사회 고문 이후 두 번째다. 박 회장은 “같은 나라에서 세계여자의사회 회장이 두 차례 이상 나온 사례는 창립국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밖에 없다. 이는 한국 의료가 세계 의학계에 크게 기여한 몫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7월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간 서울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의료계에서 1000명이 넘는 관계자가 참석했다. 특히 남녀 의료인 전체를 포괄하는 세계의사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마거릿 뭉게레라 씨(56·여)도 연사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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