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의료진의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으로 우리 의료의 우수성과 봉사정신을 세계 각국에 널리 전파하겠습니다.”
박경아 신임 세계여자의사회 회장(62·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사진)은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새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회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29차 세계여자의사회 폐회식에서 임기 3년의 제3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박 회장은 어머니 나복영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88)와 함께 국내 유일의 모녀 해부학자로도 유명하다.
세계여자의사회는 1949년 미국 뉴욕에서 창립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 46개국 2만여 명의 여성 의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세계적인 의료단체다. 여성 인권 향상과 여성 의료지도자 양성을 주요 목표로 활동한다. 한국은 6·25전쟁 뒤 5년 만인 1958년 가입했다.
박 회장이 품은 목표는 크게 2가지다. 먼저 세계여자의사회의 회원국을 많이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는 “30년 전 2000명에 불과했던 우리 여성 의사 수가 2만 명 규모로 늘고 실력이 향상된 데는 세계여자의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한몫했다”며 “임기 안에 미얀마 라오스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지역의 단체 가입률을 높여 지역 여성 의료진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의료물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또 세계적으로 만연한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가정폭력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진이 세계여자의사회 회장으로 선임된 건 1989년 주일억 한국여자의사회 고문 이후 두 번째다. 박 회장은 “같은 나라에서 세계여자의사회 회장이 두 차례 이상 나온 사례는 창립국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밖에 없다. 이는 한국 의료가 세계 의학계에 크게 기여한 몫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7월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간 서울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의료계에서 1000명이 넘는 관계자가 참석했다. 특히 남녀 의료인 전체를 포괄하는 세계의사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마거릿 뭉게레라 씨(56·여)도 연사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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