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 지시로 國調 정상화되는 것도 우스운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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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 분립… 여야가 해결해야”
5일 수석비서관회의 안 열기로… 許비서실장 이번주 예정대로 휴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 4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파행 등 현 정국을 풀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하고 나섰지만 공을 떠안은 청와대는 이틀간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2일까지 휴가였던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청와대 입장을 브리핑하지 않았다. 휴가를 마친 박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입장을 밝힐 수도 있으나 그전에는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열던 수석비서관회의를 5일엔 열지 않고 다른 일정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휴가를 가지 않은 참모들의 휴가 일정을 고려했다고 한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번 주 화요일경부터 예정대로 휴가를 갈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국정원 국정조사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다른 관계자는 “국정조사 증인채택 문제를 포함해 국정원 국정조사는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삼권이 엄연히 분립돼 있는데 회담 후 대통령의 지시로 국회가 국정조사를 정상화하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은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로 박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박 대통령은 6월 24일 김 대표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을 때도 이 수석을 통해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서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이 김 대표와 회담을 하더라도 명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쏟아 붓던 화살을 회담 이후에는 박 대통령이 다 받아내야 하는 국면이 펼쳐질 수 있어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 및 야당의 장외투쟁과 거리를 두면서 민생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야당의 장외투쟁 장기화로 9월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민생법안의 대량 표류가 불가피하고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청와대#박근혜 대통령#김한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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