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유통 신생업체들, 잘나가는 ‘형님’ 옆에서 경쟁하며 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동종업계 유명브랜드 옆집 오픈 잇달아

최근 서울 중구 명동에 들어선 금강제화의 신발 편집매장 ‘레스모아’ 명동점. 동종업계 1위인 ‘ABC마트’ 바로 옆에 매장을 내기 위해 금강제화는 건물 2개를 사들였다. 금강제화 제공
최근 서울 중구 명동에 들어선 금강제화의 신발 편집매장 ‘레스모아’ 명동점. 동종업계 1위인 ‘ABC마트’ 바로 옆에 매장을 내기 위해 금강제화는 건물 2개를 사들였다. 금강제화 제공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전통차 브랜드 ‘차오름’ 대치본점에는 낮 12시가 되면 차오름 본사 직원들이 나와 오후 1시까지 1시간 동안 이 점포를 찾는 손님의 수를 꼼꼼히 센다. 이와 동시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스타벅스 포스코점 방문객 수도 함께 집계한다.

차오름을 운영하는 차오름에프엔비는 최근 출점 전략 중 하나로 스타벅스 매장 가까이에 전통차 매장을 내는 계획을 채택했다. 커피를 마시러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게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치본점은 이 전략을 세운 후 처음 문을 연 매장이다. 규모도 155m²(약 47평)로 바로 옆 스타벅스 매장(105m²·약 31평)보다 크게 잡는 등 치밀한 계획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창립한 지 2년 반밖에 안된 전통차 브랜드가 세계적 커피점 브랜드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김재훈 차오름에프엔비 경영기획팀장은 “업계를 대표하는 스타벅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 인지도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오름 메뉴 90개 중 커피를 이용한 메뉴는 10개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스타벅스 옆’ 전략을 세운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외식, 패션 등 유통·식음료업계의 신생 업체들이 동종 업계의 유명 브랜드 점포 바로 옆에 잇달아 매장을 내고 있다. 같은 업종에서 ‘형님’뻘인 업체 옆에서 경쟁을 벌여 ‘아우’로서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경영전문가들은 이런 ‘편승 전략’을 등에 업혀 간다는 뜻에서 ‘피기 배킹(Piggybacking)’ 또는 ‘옆집전략’이라고 부른다.

국내 패션업체들도 해외 브랜드 옆에 매장을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금강제화의 신발편집 매장 ‘레스모아’는 일본 신발 편집숍 ‘ABC마트’의 서울 중구 명동매장 옆에 점포를 내기 위해 건물 2개를 사들였다. ABC마트는 연 매출 3700억 원으로 국내 신발편집 매장업계 1위. 레스모아는 1350억 원으로 2위다. 남동현 레스모아 사업팀장은 “1위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더 큰 규모로 바로 옆에 매장을 내 손님을 뺏어 오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역시 명동에서 스페인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자라’ 옆에 ‘에잇세컨즈’ 매장을 낸 제일모직은 자라에 비해서도 매출이 밀리지 않자 2015년 중국 진출 목표를 1년 앞당겼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중국 진출 때도 자라, H&M 등 해외 SPA 브랜드 매장 옆에 매장을 내 정면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옆집전략은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할 때 저비용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명 브랜드 매장의 손님을 공유할 수 있고 옆 매장을 찾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는 ‘집객(集客)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대형 브랜드가 가진 좋은 이미지를 고스란히 받는 ‘후광 효과’도 볼 수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패션#유통#유명브랜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