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북][강원]연탄가격 또 오르나… 서민들 벌써부터 긴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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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공사, 무연탄값 5% 인상 추진… 연탄 장당 최고 1000원 이를 전망
연탄은행측 “서민 복지 외면” 반발

정부의 연탄 가격 인상 움직임에 서민들의 주름이 벌써부터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각계의 후원을 받아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을 지원하고 있는 연탄은행전국협의회는 연탄 가격이 인상될 경우 큰 타격이 우려돼 걱정이 태산 같다.

연탄 가격 인상 논란은 무연탄을 판매하는 대한석탄공사가 지난달 1조4000억 원대에 이르는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무연탄 가격의 5% 인상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연탄의 연료인 무연탄 가격이 오르면 연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연탄과 연탄의 최고 판매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무연탄과 연탄의 원가를 산정한 뒤 인상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현재 500원 안팎인 연탄 가격이 5% 오르면 배달료를 포함해 장당 600원, 고지대 700원, 벽·오지 지역은 최고 100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한 가정에 겨울 동안 800장 정도의 연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10만 원가량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더욱이 기름값, 식탁 물가 등이 줄줄이 오르는 형편이어서 서민경제는 더욱 위축된다. 연탄을 때는 김모 씨(65·춘천시 효자1동)는 “연탄은 어려운 사람들이 쓰는 난방연료다. 그런데 정부가 복지를 외치면서 연탄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탄은행 측은 연탄 가격 인상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한편으로 인상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탄은행은 공기업이 부채로 인한 재정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연탄 가격 인상을 제시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2009년 이후 연탄 소비가 점차 감소하고 연탄 사용 가구는 20만 가구로 고착되고 있는 현실에서 연탄 가격 인상은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연탄은행전국협의회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7만 가구에 이르던 연탄 사용 가구는 2010년 20만 가구로 줄었고, 무연탄 소비 현황도 2008년 229만 t에서 지난해 183만 t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연탄 가격 인상분만큼 지원한다며 제시한 연탄쿠폰의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연탄은행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영세 가정이 연탄쿠폰 대상자가 되어야 하지만 누락되는 경우가 많았고 쿠폰 정량 300장으로는 실제로 겨울을 나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쿠폰 외 나머지 분량에 대해서는 인상분을 서민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탄은행은 가격 인상 계획 철회는 물론이고 가격 인상에 관한 민주적 공청회 개최, 연탄쿠폰에 대한 문제점 보완 등을 촉구했다. 연탄은행전국협의회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서민 연료인 연탄이 장당 1000원 하는 시대”라며 “연탄 가격 인상 정책보다 연탄을 때지 않아도 되는 경제구조와 생활이 되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연탄#서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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