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英서 화제 펠릭스 마틴의 ‘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케인스가 몰랐던 돈의 원리… 태평양 섬 원주민은 알았다

태평양 작은 섬 얍에서 화폐 역할을 해온 사람 키 이상으로 큰 돌. 출처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 홈페이지
태평양 작은 섬 얍에서 화폐 역할을 해온 사람 키 이상으로 큰 돌. 출처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 홈페이지
돈(money)만큼이나 우리 현대인들에게 가장 밀접한 소재가 또 있을까? 전 세계 어떤 나라 혹은 민족에서든 돈은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인 모든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돈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많으면 좋은 것 혹은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외에 돈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지난달 영국에서 출간된 ‘돈―공인되지 않은 전기’의 저자 펠릭스 마틴은 그간 인류에게 닥쳤던 경제 위기는 모두 돈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돈의 본질에 대해 철학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그것의 노예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마틴의 돈에 대한 역사적 탐구는 얍이라는 태평양의 어느 작은 섬에서 시작된다. 16세기경 서양의 탐험가들이 얍을 발견했을 때 그곳에는 고작 원주민 1000여 명과 물고기, 코코넛, 해삼 등 세 가지 물자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곳에서도 돈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돈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돌이었다. 사실상 세 가지의 물자만으로 살았던 원주민들은 물고기와 코코넛, 코코넛과 해삼, 물고기와 해삼의 단순한 교환으로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화폐의 역사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단계, 물물교환이다.

그러나 마틴은 얍 섬의 원주민들은 그 누구보다도 돈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서술한다. 그들이 화폐로 이용했던 엄청난 크기의 돌들이 그 증거다. 얍 섬에 남아 있는 세 개의 거대한 돌은 그 크기나 무게가 너무 커 한 사람이 집으로 가져와 소유할 수 없었다. 사람이 소유할 수 없다면 그것이 돈으로서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얍 섬에서 이 돌들은 화폐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네 명의 장정이 들어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무거운 이 돌들은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그 돌의 주인이 종종 바뀌었다. 예를 들어 돌의 현 소유주인 누군가가 코코넛 소유주에게서 코코넛을 사고 싶다고 하자. 돌의 소유주는 코코넛 소유주에게 돌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코코넛 소유주는 돌의 소유주에게 코코넛 10개를 준다. 단순히 코코넛과 물고기를 교환하는 물물교환이 아닌 ‘신용’을 거래한 것이다.

저자는 돈은 바로 신용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 옛날 미개한 얍 섬의 원주민조차 이해했던 이 단순한 진실을 지금의 세계 경제의 근간을 마련한 존 케인스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는 이해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우리 경제는 숱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10파운드짜리 지폐에는 영국은행 총수의 서명 옆에 작은 글씨로 ‘나는 이 지폐의 소유주에게 10파운드만큼을 지불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이는 바로 돈은 곧 신용이라는 작가의 주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작가는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 세계은행과 싱크탱크 조직을 거쳐 현재는 런던시티 금융가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 경제의 근간을 세운 경제학자들을 과감하게 비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작가의 저서에 대해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인 장하준 교수를 비롯한 여러 경제학자들과 영국 언론은 과감한 아이디어라며 찬사를 보냈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돈#펠릭스 마틴#물물교환#얍 섬#원주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