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긴 침묵 깨고 ‘통 큰 결단’ 내릴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일 03시 00분


남한의 개성공단 회담 재개 제의에 대해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어제로 닷새가 지났다. 지난달 6일 시작돼 6차까지 진행된 실무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남한의 제의에 이틀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더구나 북측 대표단은 지난달 25일 6차 실무회담이 끝난 뒤 프레스센터에 난입해 남측을 거칠게 비난하며 먼저 ‘회담 결렬’ 주장을 했다. 북한이 침묵하는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장고(長考) 끝에 악수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번 회담 제안이 마지막이라며 북한이 재발 방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통고했다. 북한이 회담에 응해 남북의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개성공단의 조기 재가동은 어렵다. 개성공단은 4월 3일 북한이 남측 근로자의 진입을 막으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4개월째 멈춰선 기계들은 녹이 슬어 교체 또는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하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123개 기업과 거래하던 해외 바이어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가동 중단이 길어질수록 피해가 커지게 된다.

북한이 통행 제한과 근로자 철수 등의 일방적인 조치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장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김기남 김양건 노동당 비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통 큰 결단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재발 방지가 보장돼야 북한이 염려하는 남측의 정치적 군사적 조치도 잘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개성공단의 첫 삽을 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북도 새겨들을 대목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달 중순 시작될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을 거론하며 “한반도 정세가 다시 전쟁 폭발 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전 60주년 행사 취재를 위해 방북한 미국 기자에게는 장거리 로켓 추가 발사를 예고했다.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협박에 놀라 아무런 안전 보장 없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1%가 ‘재발 방지 후 개성공단 재개’에 찬성하고 있다. 북한이 바뀌어야 개성공단을 살릴 수 있다.
#개성공단 회담#북한#류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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