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시절 배운 수화… 선수 격려에 큰 도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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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올림픽 여준규 단장, 하루종일 응원-회의 강행군

“처음 단장 제의를 받았을 때 ‘제가 왜요?’라고 했다. 1주일 시간을 달라고 했다가 10분 만에 맡기로 결심했다. 예전에 수화를 배운 게 떠올라서였다. 20년을 훌쩍 넘어 다시 농아와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2013 소피아 농아인올림픽 여준규 단장(49·사진)은 소위 ‘잘나가는’ 의사다. 병원 3곳(대구 여성메디파크 1, 2, 3병원)의 대표원장이다. 그는 계명대 의대 시절 봉사활동에 헌신적이었던 어머니의 강권으로 수화를 배웠다. 농아 환자를 제대로 돌보려면 수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어머니의 뜻이었다.

“그때는 마지못해 배웠는데 돌이켜보니 잘한 일이다. 어머니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한국은 1985년 15회 대회부터 참가했다. 지난 대회까지 단장은 모두 농아였다. ‘청인(聽人)’ 단장은 그가 처음이다. 단장을 수락한 직후 그는 5000만 원을 내놨다. 그때만 해도 ‘돈을 주고 직함을 산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에 대한 농아의 경계심이 무너진 계기는 출국 전에 열린 결단식이었다. 여 단장은 말과 수화를 병행한 열정적인 연설로 선수들의 박수를 받았다.

여 단장은 소피아에서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침부터 장소를 옮겨 다니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저녁에는 회의를 주재한다. 밤늦게 술 한잔을 하며 감독 및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것도 빼먹지 않고 있다.

“농아들은 껌조차 나눠 먹지 않는다.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개막 전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받으려고만 하는 근성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라. 그래야 청인들도 당신들을 진심으로 도울 수 있다. 모두 연금을 타기 위해 여기 온 것 아닌가. 불평할 여유가 없다’고. 선수들의 표정이 절박해지더라.”

한국은 1일(현지 시간) 현재 금메달 14개로 러시아에 이어 종합 2위를 달리고 있다.

한편 사격 최수근(30·기업은행)은 남자 50m 소총 복사에서 우승해 대회 사상 최초로 사격 3관왕에 올랐다.

소피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2013 소피아 농아인올림픽#여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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