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탄소 특수강 선전 ‘장미칼’의 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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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인기 속 “잘 안썰려” 불만 폭주
포스코, 업체에 과대광고 자제 요청 “특수강 아닌 중저가 일반적 철강”

한 ‘장미칼’ 광고에 등장하는 독일 ‘하이드로마’는 칼이 아닌 도마 제조업체다. 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업체를 내세워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이게 하는 건 과대 광고에 해당한다. TV홈쇼핑 화면 캡처
한 ‘장미칼’ 광고에 등장하는 독일 ‘하이드로마’는 칼이 아닌 도마 제조업체다. 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업체를 내세워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이게 하는 건 과대 광고에 해당한다. TV홈쇼핑 화면 캡처
“포스코의 고탄소 특수강 420J2를 사용해 야구배트도 썰 수 있습니다.” 최근 TV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는 이른바 ‘장미칼’로 불리는 주방용 식칼의 광고 문구다. 장미칼은 독일 주방용품 업체와의 기술 제휴로 뛰어난 절삭력과 내구성을 갖췄다는 광고를 통해 인기 제품으로 떠올랐다.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장미칼은 국내에서 100만 개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장미칼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해당 제품을 판매한 업체 홈페이지의 소비자 게시판에는 ‘칼이 잘 썰리지 않고 표면 무늬도 금세 벗겨진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구체적인 피해 건수를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의 불만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장미칼 제조업체는 “포스코 정품 고탄소 특수강을 사용했다”는 내용의 광고를 하고 있다. 2일 포스코에 따르면 이 칼에 쓰인 쇠는 자동차 부품이나 공구 등에 쓰이는 ‘고탄소 특수강’이 아니라 식당에서 주로 쓰는 포크나 나이프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일반적인 철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420J2는 마르텐사이트(고온의 철 고용체를 급속히 냉각시켰을 때 나타나는 조직) 계열 강재로 탄소 함유량이 적지만 비교적 튼튼하고 저렴해 가위나 중저가 주방용품에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휘슬러, WMF 등 독일 고급 주방용품에는 수술용 도구에 쓰이는 특수소재로 420J2보다 가격이 약 70% 비싼 ‘304L’이 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측은 “장미칼 제조업체들에 과대광고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업체인 만큼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포스코#장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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