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 총인구수보다 많은 보험료 민원, 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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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4일 22시 00분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상임이사 박병태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상임이사 박병태

6,363만 건. 건강보험공단에 제기된 2011년 보험료 관련 민원숫자다. 총 민원건수 7,760만건의 82%이다. 이 수치는 건강보험료에 대한 국민의 불만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큰 불만에도 불구하고 보험재정이 유지되는 것은 가입자들이 26년 이상이나 된 현 부과체계에 대한 오랜 관성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적지 않은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수 있다. 불 위에서 물이 끓고 있는데 뚜껑을 계속 덮어두면 그릇은 폭발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매년 우리나라 총인구수보다 훨씬 많은 불만이 공단에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료 부과의 불공정성과 불형평성이 주된 원인이다.

현행 지역보험료 부과기준은 전국민 의료보험 달성을 위해 1988년의 농어촌의료보험과 1989년의 도시지역의료보험을 실시하면서 설계된 것이다. 당시 국세청에 소득자료가 있는 세대의 비율이 10% 내외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 그래서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으로 보험료를 부과했지만,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부득이 소득, 재산, 자동차, 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시.군.구 단위의 조합에서 복지부가 정관의 기준에 의하여 자치적으로 보험료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2000년 7월 전국민의료보험이 통합되어 단일 보험자로서 공단은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단일화하려 하였으나, 소득파악율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현재 공단은 전체 세대의 80%에 대한 국세청 소득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국세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합소득 중 분리과세되는 근로소득, 4천만원 이하의 금융소득과 퇴직.양도.상속.증여소득 등인데, 이는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하여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득파악율은 95%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실업자 등을 고려한다면 공단은 사실상 모든 세대의 소득자료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4천만원이하 금융소득 52.1조원, 양도.상속.증여소득 71.5조원 등 200조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보험료 부과가 가능해진다.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로 개선하면 형평성 달성과 함께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맞아 부과기반의 확대로 보험재정의 건실화를 기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 등으로 자영업자 중 종합소득세 신고자 비율은 2006년 74.7%에서 2011년 96.9%로 크게 증가했다. 보험료 총 수입에서 지역가입자가 내는 금액은 20%에도 미치지 않는다. 과거 50% 수준이었지만 1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도 직장가입자로 적용되기 때문에 그 비율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지역가입자인 자영업자의 낮은 소득파악율 때문에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10년, 2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변한 환경을 간과하는 것이다.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했던 것은 20년 이상 전에는 자동차가 사치품이라고 여겼을 때이다.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아이가 태어나면 보험료가 더 올라가고, 나이가 24세, 30세가 되면 또 올라가게 된다. 담당 직원들도 민원인이 따지고 들면 설명할 길이 없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대만 등 모든 국가에서 소득파악 수준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낮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일본은 그 비율이 10%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는 오히려 매년 증가하여 이제는 60%를 넘고 있다. 시대역행적이다.
천만다행히도, 현 정부는 국정과제에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선’을 포함시켰으며, 지난 7월에는 정부가 올해 말까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출범시켰다. 가입자 대다수가 동의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시키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갖추어 시대환경에 맞는, 그래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물을 기대한다. 그 성공적인 토대 위에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도 비로소 그 길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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