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첨단기술 업종의 수도권 진입 막아서는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어제 수도권 입지(立地)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 부총리는 “수도권이기 때문에 푼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당장 반대가 나온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지 말고 기능별로 접근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 특성화 지역, 클러스터 형태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실무자는 “지금까지 투자활성화 대책은 지방 중심이었다. 이제 수도권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추세가 굳어지고 있다. 8분기째 전 분기 대비 0%대의 저성장에 머물다가 올해 2분기(4∼6월)에 1.1% 성장을 기록했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 이외에도 입지 규제, 환경오염 규제 등에 손을 대 어떻게든 기업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는 기업들이 완화를 갈망하는 ‘대못 규제’에 해당한다. 균형 발전을 지나치게 강조해 나눠주기 식으로 흐른 결과가 과거의 혁신도시 무더기 추진이었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돈과 인재가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방치하면 지역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도시형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만큼 수도권 집중이 심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수도권 규제 완화에 극력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 사이에 조화를 이뤄내는 문제는 답을 찾기 어려운 우리 사회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를 맞아 경제 국경이 낮아지면서 국내에서 수도권을 규제하면 기업이 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해외로 떠나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첨단기술 업종의 경우 수도권에 자리 잡는 것이 실패할 경우 필요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당장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기업 유치를 놓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제로섬 게임을 한다’는 시각은 지나친 단견이다. 국제경쟁력 강화야말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길이다. 균형발전도 현 부총리의 말대로 기계식 배분이 아니라, 지역별 기능적 장점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예컨대 항구가 필요한 중후장대(重厚長大)형 공장은 지방에 터를 잡아야 하지만 고급 기술 인력이 필요한 기술연구소는 수도권에 둥지를 트는 것이 유리하다. 지역 균형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국가 차원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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