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식품 ‘이마트 상표’ 달고 해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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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왓슨그룹과 제휴… 17개사 35개 품목 홍콩 수출

지난달 29일 홍콩 다이각주이 지역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 ‘테이스트’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식품 전용 진열대에 놓인 이마트 자체브랜드(PL)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지난달 29일 홍콩 다이각주이 지역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 ‘테이스트’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식품 전용 진열대에 놓인 이마트 자체브랜드(PL)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좀 더 눈에 띄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지만 맛은 자신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한 번 사본 고객은 또 찾게 될 겁니다.”

지난달 29일 홍콩 다이각주이(大角咀) 지역의 대형 슈퍼마켓. 한국식품 전용 진열대 아래쪽에 놓은 자사의 율무차 제품을 집어든 배형찬 ㈜담터 상무는 희망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품 포장엔 이마트 마크가 찍혀있었다. 이날은 이마트 자체 상표(PL·Private Label) 제품을 홍콩의 대형 유통업체 왓슨그룹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첫날이었다. PL제품은 대부분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다.

이마트는 최근 왓슨그룹과 과자, 율무차, 라면, 고추장 등 35종의 가공식품을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17개 국내 중소기업들이 만든 이 제품들은 파크앤숍, 테이스트 등 홍콩의 왓슨그룹 소유 소매점 60여 곳에서 판매된다. 국내 대형마트가 해외 유통업체에 PL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왓슨그룹이 이마트 PL제품에 관심을 보인 것은 부쩍 높아진 한국 식품의 인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지 소매점의 매장 한가운데에는 한국식품 진열대가 따로 갖춰져 있었다. 한 주부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다보니 자연스레 한국 식품을 찾게 됐다”며 “맛도 좋고 포장도 깔끔해 한국 과자를 많이 산다”고 말했다. 에리카 라우 씨(32)는 “일본 원전 사고 이후로 홍콩 사람들은 일본 식품을 꺼리게 됐다”며 “한국 식품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많다”고 했다.

이번 PL제품 수출은 국내 중소기업이 손쉽게 해외에 진출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수출에 필요한 모든 비용(물류비, 선결제 대금, 상품파손 보험료 등)을 이마트가 부담하며 복잡한 수출 서류를 작성할 필요도 없다. 협력사는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제품을 이마트에 납품하기만 하면 된다.

김형도 이마트 수출전담팀장은 “해외 유통업체들은 다양한 제품을 조금씩 받길 원하지만 그럴 경우 물류비가 많이 들어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들다”며 “유통업체간 수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왓슨그룹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자사 PL제품을 세계적 수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동시에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기 때문에 PL제품 수출 확대에 더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콩=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이마트#왓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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