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21개월만에 최고폭 상승… 집값보다 비싼 ‘돌연변이’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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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월 상승률 전달보다 0.52%↑
비수기에 이상 폭등… 세입자 비명

1125채의 대단지인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래미안 1차 아파트 단지.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78m²는 매매가가 3억2000만 원, 전세금이 2억6000만 원이다. 전세금에 6000만 원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지만 매수자는 거의 없다.

인근 S공인 대표는 “이 아파트 단지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80%를 넘어설 만큼 전세가 비싸졌는데도 사람들은 전세만 찾는다”라며 “며칠 전 136m² 소유주가 3억5000만 원에 전세를 놓더니 바로 다음 날 1000만 원을 올렸다”고 전했다.

휴가철과 장마철이 겹친 7월은 통상 주택시장 비수기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매매시장은 여전히 냉랭하지만 전세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전세금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최고로 오르면서 세입자의 ‘비명’도 커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되면 ‘전세대란’이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21개월 만에 전세금 증가율 최대치 기록


1일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전세금은 전월보다 0.52% 상승했다. 2011년 10월 0.86%가 오른 이후 2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 반면 매매가는 전달 대비 0.24% 하락했다.

서울 주택의 전세금 상승률은 3월 0.44%였지만 4·1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뒤 5월에는 0.15%로 상승폭이 줄었다. 하지만 6월 말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자 다시 급반등한 것. 서울 성동구는 역세권과 중소형 물량 위주로 0.9%가 올랐고 5호선과 9호선 역세권 중심으로 강서구도 0.83%나 올랐다.

서울의 3.3m²당 평균 전세금은 2011년 7월 800만 원을 넘어선 뒤 지난달 처음 900만 원을 돌파했다.

수도권 전세금도 급등하고 있다. 경기 과천시의 7월 전세금이 전달 대비 1.77% 올랐고 용인시 수지구는 1.28% 오르는 등 수도권 전체가 평균 0.46% 올랐다. 경기 북부 일부 단지에서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집값보다 전세금이 더 비싼 역전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월세 거래량도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월세 거래량은 총 72만8763건으로 2011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70만 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68만162건) 대비 7.15%나 증가했다.

○ 하반기 전세대란 우려


전문가들은 비수기에 나타난 전세금 급등 현상이 가을 이사철까지 이어질 경우 전세대란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고 영구 인하 조치를 기다리는 매수자들이 관망세에 있으면서 구매 수요자들의 퇴로가 열리지 않자 전세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급증한 데다 전세금을 대폭 올려주면서 전세를 재계약하려는 세입자들까지 겹쳐 전세매물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택 매매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전세금 폭등을 막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분을 전세금으로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전세금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한다는 것.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주택 대출금을 충당하기 위해 집주인들은 월세 혹은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금을 대폭 올리고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으로 매매시장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세금 급등 현상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정윤아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 4학년
#전세금#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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