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황금주파수 잡아라” 최대 4조원 ‘錢爭’ 막 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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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 신청 2일 마감… 늦어도 8월 말 최종 확정

롱텀에볼루션(LTE) 신규 주파수 경매 참가 신청이 2일 마감된다. LG유플러스는 1일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미래창조과학부에 경매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과 KT는 2일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달 내내 펼쳐질 ‘황금주파수’ 경쟁에 가세할 예정이다.

이들 3사는 6월 28일 경매방식이 확정된 직후부터 신청서류를 준비하는 한편 최대 5600개 조합이 나올 수 있는 복잡한 경매전략 수립에 매달려왔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LTE는 물론이고 이후 5세대(5G) 통신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빅 이벤트’다.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은 통신환경이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급변함에 따라 원활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미래부가 “내년 말까지 추가 주파수 할당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라 이동통신 3사는 원하는 주파수를 따내기 위해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는 이번 경매대금의 합계가 최소 2조 원, 많게는 4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차세대 주파수 놓고 3사 동상이몽

이달 하순 열릴 경매는 3개, 또는 4개 주파수 대역의 주인을 찾는 과정이다. 유동적인 1개 대역이 바로 상반기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군 1.8GHz(기가헤르츠)의 KT 인접대역(D2블록)이다. 지금까지 통신 속도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KT는 자사 인접대역 주파수를 따내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맞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인접대역을 확보하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KT가 이 대역을 확보해 경쟁사들보다 먼저 광대역화를 이룬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LTE용 기지국을 활용해 큰돈 들이지 않고 LTE 어드밴스트(LTE-A)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바꿀 필요도 없다. 반면 LTE-A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10만여 개의 기지국을 새로 구축해 전국망을 완성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미래부는 3사 간 형평성을 고민하다 결국 KT에 인접대역을 ‘줄 수도, 안 줄 수도 있는’ 복잡한 경매방식을 고안해냈다.

KT와 나머지 두 회사 사이의 판이한 셈법은 경매 과정에서 고스란히 반복돼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2011년 첫 주파수 경매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1.8GHz 대역의 상·하향 20MHz 폭 주파수를 놓고 격돌해 낙찰가가 9950억 원까지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매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매물도 많아 2년 전보다 경매대금 합계가 최소 2배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그동안 주파수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인접대역을 확보하는 게 형평성에도 맞는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은 800MHz 대역의 황금주파수를 20년 이상 쓸 수 있었던 덕에 이동통신시장 1위 위치를 다졌고, LG유플러스는 만년 3위, 약자라는 점을 활용해 2.1GHz 주파수를 경쟁 없이 할당받아 LTE 시장을 한발 앞서 개척했다는 게 KT의 불만이다. KT는 “유독 우리만 불량 주파수를 갖고 있어 LTE-A 서비스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KT가 이번 경매로 나온 1.8GHz 대역을 적정한 대가를 치르고 차지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부진을 단숨에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는다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인접대역을 확보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1.8GHz 인접대역을 KT가 가져가더라도 헐값에 차지하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도상훈련도 마쳤다. 그러나 KT를 견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쟁사의 이득을 막는 것도 급하지만 동시에 자사의 실리와 미래가치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KT 인접대역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대역 경매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1.8GHz(C2블록)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검증된 대역이고, 2.6GHz(A, B블록)는 차세대 통신시장의 주력이 될 수 있을 만큼 잠재가치가 크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실적이 좋아졌다지만 두 ‘통신 공룡’과 경매에서 현금으로 맞붙기에는 벅찬 것이 사실이다. 업계 1, 2위가 싸우는 와중에 실리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택할지가 관심사다.

○ 미래부 “담합 발견하면 주파수 회수”

정부가 이번 주파수 경매를 매끄럽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달 말 취임 100일을 맞은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통신업계와 담을 쌓고 지내야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위대로 이미 여러 차례 입찰 담합 가능성을 경고하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암묵적 담합’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담합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매는 최대 열흘 동안 50라운드로 진행된다. 여기서 결정이 나지 않으면 밀봉입찰로 매물로 나온 주파수의 주인을 가린다.

KT 인접대역인 D2블록의 가격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전체 낙찰대금은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는 D2블록의 낙찰가가 2조 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전체 낙찰대금은 4조 원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낙찰가가 치솟으면 출혈 경쟁을 치른 이동통신사들이 그 부담을 소비자 통신비로 떠넘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통신사들은 “주파수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할 만한 여력이 없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부담을 일부라도 전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라운드당 어느 정도의 시간을 쓰고, 얼마나 입찰가격을 높일 수 있는지 등 경매 세부사항 및 절차는 14일 최종 확정된다. 2년 전 경매방식을 감안할 때 이번 이동통신 3사의 혈투는 하루 5∼7라운드 경매를 통해 늦어도 이달 말에는 승부를 가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호재·임우선 기자 demian@donga.com
#LTE 황금주파수#주파수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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