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운전 약속 지킬게요”… 벌써 134만3000여명 동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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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
■ ‘착한 운전 마일리지’ 시행 첫날

‘상기 본인은 오늘부터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안전운전을 실천하여….’

서약서 내용을 읽어가는 눈길들이 진지했다.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번호를 적은 버스 운전사들은 마지막으로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꾹꾹 눌러 적었다. 동아일보와 경찰이 함께하는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에 막 가입한 것. 앞으로 1년간 무사고·무위반의 ‘착한 운전’을 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내버스 운송업체 ‘다모아자동차’의 휴게실에는 운전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관할인 마포경찰서 경찰들이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의 시행 첫날을 맞아 ‘가입 서약서’를 들고 찾아오자 앞다퉈 서약을 하기 시작한 것. 이날 하루 가입한 운전사만 150명에 달했다. 문정호 다모아자동차 전무는 “운전사 280명을 포함해 직원 300 여 명이 모두 서약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모아자동차는 이미 ‘착한 운전’을 하고 있다. 지난해 버스 10대당 사고 건수가 0.8건에 그치는 등 낮은 사고율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국토교통부 선정 ‘교통안전 우수회사’에 선정됐다. 하지만 운전사들은 “더 착하게”를 외쳤다. 15년 무사고 경력의 버스 운전사인 김동권 씨(43)는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기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착한 운전을 하면 특혜점수도 받는다니 이 얼마나 좋은 제도냐”며 웃었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 시행 첫날인 1일 전국 각지에서 신청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내버스 운송업체 ‘다모아 자동차’의 차고지 앞에 모인 운전사들이 각자 서명한 서약서를 손에 들고 착한 운전을 다짐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 시행 첫날인 1일 전국 각지에서 신청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내버스 운송업체 ‘다모아 자동차’의 차고지 앞에 모인 운전사들이 각자 서명한 서약서를 손에 들고 착한 운전을 다짐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가 1일부터 전국에서 본격 시행됐다. 전국의 각 경찰서에는 착한 운전을 하려는 신청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서약한 운전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무사고·무위반의 약속을 지키면 내년 8월 특혜점수 10점을 받는다. 매년 10점씩 적립해갈 수 있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의 열기는 시행 이전부터 달아올랐다. 경찰청은 “‘착한 운전 마일리지’에 참여하겠다는 ‘예비 신청’이 지난달 5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974개 단체, 134만3000여 명에 달했다”고 1일 밝혔다. 국내 운전면허증 소지자(지난해 말 기준 약 2826만3000명)의 4.7%가 참여 의사를 밝힌 셈이다. 제도가 본격 시행돼 이제 개인 참여가 허용된 만큼 신청자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 첫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는 ‘착한 운전’에 동참하는 각계각층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탤런트 임현식 씨는 경기 양주경찰서를, 방송인 김미화 씨는 용인동부경찰서를, 가수 문주란 씨는 가평경찰서를 각각 찾아 착한 운전을 약속했다. KBS 예능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로 알려진 방송인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 씨는 안양동안경찰서에서, 이운재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는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착한 운전 서약에 동참했다. 최명현 충북 제천시장, 이현준 경북 예천군수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가까운 경찰서를 찾아 ‘착한 운전 마일리지’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안전 운전을 약속했다. 설동근 동명대 총장은 대학 총장 가운데 1호 서약자가 됐으며 인천경찰청 출입기자 31명도 서약 행렬에 동참했다.

충북 청주에서 이벤트 진행자로 활동하는 장춘권 씨(34)는 이날 서약을 한 뒤 “행사 시간에 쫓겨 교통법규를 많이 위반해 한 달 과태료가 몇십만 원씩 나왔다. 솔직히 부끄럽다. 돈 벌자고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운전을 한 게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는 안전 운전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은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만큼 교통문화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제도는 동아일보-채널A 연중기획 캠페인 ‘시동 꺼! 반칙운전’과 경찰청이 함께 진행한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운전자 스스로 양보와 안전 운행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7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실시한 무사고·무위반 캠페인인 ‘세이프티 랠리(Safety Rally)’에서는 참여자 18만 명 가운데 92%가 목표를 달성하며 높은 사고 예방 효과를 봤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에 동참하려면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갖고 가까운 경찰서나 지구대, 파출소를 찾으면 된다.

황인찬·주애진·조건희 기자 hic@donga.com   
박형윤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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