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떠도는 IMF 경제사범 5000명 구제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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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말까지 자진신고기간 운영

1998년 남대문시장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던 A 씨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2억 원의 당좌수표 대금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A 씨는 미국에서 재기에 성공해 한국에서 빚진 돈을 갚을 재력을 쌓았다. 하지만 기소중지 상태라 한국 여권을 재발급받지 못하는 데다 한국에 와서 수사를 받는다 해도 언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A 씨 같은 IMF 경제사범은 외국에서 터전을 잡았더라도 한번 국내로 들어오면 출국이 안 될까봐 한국행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기소중지 상태로 공소시효가 계속 연장됐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불법체류 등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로 살아왔다. 정부는 이런 사례가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아직도 IMF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해외를 떠도는 사람들을 위해 구제책을 내놨다. 외교부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 세계 170개 공관에서 해외도피로 인해 기소중지된 ‘IMF 관련 경제사범’의 특별 자수 기간을 운용한다고 31일 밝혔다. IMF 경제사범을 위한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측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해외에 머무는 재외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당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이번 제도를 도입했으며 검찰과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조치의 대상은 1997년 1월 1일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사기·횡령·배임(업무상 횡령·업무상 배임은 고소·고발사건만 포함) 등 3가지 혐의로 기소중지된 재외국민이다.

이들이 자진신고기간에 재외공관에 자수하면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통해 재기신청서를 받는다. 피의자들에게는 국내에 있는 피해자들과의 연락을 통해 금전적 피해를 보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피해 변제가 이뤄지면 검찰은 e메일 전화 우편 화상조사 등을 통해 조사하고 불기소 처분이나 벌금 등 약식 기소할 방침이다. 추가 조사가 필요해 국내에 입국해야 하는 경우에도 불구속 수사하고 최대한 신속히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해외#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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