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폭로 매닝 ‘이적 행위’만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간첩죄 등 19개 혐의 유죄평결 “사법정의 승리” “기밀유출 엄벌”
엇갈린 반응속 스노든 향방 주목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군사 기밀자료를 넘긴 혐의로 기소된 브래들리 매닝 일병(25)의 이적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지난달 30일 미국 메릴랜드 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데니스 린드 판사는 매닝 일병의 행위가 적을 이롭게 했다는 핵심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총 21개 혐의로 기소된 매닝 일병에 대해 6건의 간첩법 위반, 5건의 절도, 컴퓨터 사기, 군 규정 위반 등 19건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미 군법 104조의 이적(aiding the enemy) 행위는 의도적으로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간주돼 가장 심각하게 취급된다. 반면 간첩죄(espionage)는 의도와 비의도의 복잡한 규정이 따른다. 매닝 일병은 이적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받음에 따라 종신형을 면할 수 있게 됐다. 이적 행위는 종신형, 또는 최고 사형이 가능한데 군 검찰은 매닝 일병에 대해 종신형 구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매닝 일병에게 유죄가 인정된 19개 혐의의 최고 형량을 모두 합치면 136년이나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형량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량을 결정하는 재판은 31일부터 이어진다.

이에 앞서 군 검찰은 25일 “매닝 일병은 국가기밀을 유출할 목적으로 군에 입대했으며 자신이 유출한 자료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매닝이 넘긴 정보의 일부는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은신처에서 발견됐다. 변호인 측은 “매닝이 기밀자료를 넘긴 것은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인도적 행동으로 적에게 이익이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반론을 폈다. 또 동성애자인 매닝이 혼란스러운 성 정체성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을 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하위급 정보 분석가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매닝 일병은 70만 건에 달하는 군사 외교 기밀정보를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2010년 기소됐다.

매닝 평결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핵심 혐의인 이적 행위에 대해 무죄가 인정된 것에는 ‘사법 정의 승리’라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간첩법 위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것에는 내부고발자의 기밀 유출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평결은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에 대한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나와 주목받고 있다. 스노든은 평소 매닝을 영웅이라고 부르며 기밀 폭로 후 해외로 도피한 것에 대해 “매닝처럼 불공정한 재판을 받은 처지가 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노든도 매닝처럼 미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스노든 아버지 론 스노든 씨는 “매닝에 대한 평결이 아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좋은 징조가 될지는 미지수”라며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위키리크스#이적#간첩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