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김용대의 서울극장 ‘PK 선방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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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일 07시 00분


서울 골키퍼 김용대(오른쪽)가 7월31일 열린 제주와 20라운드 홈경기에서 종료 직전 페드로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서울 골키퍼 김용대(오른쪽)가 7월31일 열린 제주와 20라운드 홈경기에서 종료 직전 페드로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제주전 종료직전 PK 등 90분내내 선방
‘수트라이커’ 아디 결승골…서울 1-0 승


또 서울극장이었다. 이번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FC서울 골키퍼 김용대(34)였다.

서울은 7월3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0라운드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서울은 후반 24분 아디의 오른발 슛으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막판에 서울을 외면하는 듯 했다. 종료직전 몰리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범했고, 주심은 휘슬을 불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 잡은 승리가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제주의 키커는 득점 1위(14골) 페드로. 기적이 일어났다. 페드로의 킥을 김용대가 몸을 날려 걷어냈다. 최 감독과 서울 벤치, 홈 관중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곧바로 종료휘슬.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서울은 올 시즌 유독 지다가 막판에 역전하는 경기가 많아 서울극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하지 않는 새로운 스토리를 썼다. 김용대는 90분 내내 눈부신 선방에 이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페널티킥까지 막아내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 치열한 수싸움

종료직전 PK를 앞두고 양 팀 벤치와 키커, 골키퍼의 수 싸움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그 과정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결과가 말해주듯 서울의 KO승이었다.

최 감독은 PK직전 손을 오른쪽 어깨에 갖다댔다. 김용대에게 오른쪽으로 뜨라고 신호를 보냈다.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김용대도 대번에 알아차렸다. 페드로의 킥 직전 또 한 번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됐다, 김용대는 5월26일 맞대결 때 페드로에게 PK로 골을 허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페드로는 이번처럼 골문 왼쪽을 노렸는데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일단 본 뒤 반 박자 느리게 찬다는 것을 김용대가 간파했다. 김용대는 반대로 뜨는 척하다가 번개처럼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제주 입장에서는 천추의 한이었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원래 PK는 윤빛가람이 1순위, 마라냥이 2순위, 페드로 3순위였다”고 털어놨다. 윤빛가람이 차야되는데 페드로가 욕심을 내는 것 같아 허락했는데 결정적인 판단미스였다.

김용대는 올 시즌 초반 마음고생이 심했다. 연이어 어이없는 미스로 실점을 내줬다. 최용수 감독은 “네 잘못만이 아니다. 쉬운 패스를 내주고 압박에 실패한 동료들도 책임이 있다”고 어깨를 두드렸다. 김용대도 이를 악물었다. 이미지 트레이닝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슬럼프를 벗어났다. 김용대는 “오늘 유난히 공이 커보였다”고 웃음 지은 뒤 “휴식기 동안 준비를 잘 했고 최고참으로 골문이 든든하다는 것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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