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박준서 “욕심을 버리니 야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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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일 07시 00분


롯데 박준서는 주로 대타로 경기에 나서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덕아웃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0.357에 육박할 정도로 찬스에서 높은 집중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 박준서는 주로 대타로 경기에 나서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덕아웃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0.357에 육박할 정도로 찬스에서 높은 집중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롯데 박준서

22안타로 22타점 ·득점권 타율 5할
2년 전과 180도 달라진 집중력 눈길
“후보였기에 마음 다스리기 더 편해”


롯데 박준서(32)는 31일 사직구장에서 오른 다리 허벅지에 붕대를 감고 훈련했다. 30일 두산전에서 수비 도중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롯데 김시진 감독이 “괜찮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공필성 수비코치를 불러서 상의한 뒤 1루수에 장성호를 넣고, 박준서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나름 박준서를 배려한 조치였지만, 그는 “나는 지금 한 경기라도 더 나가야 할 상황인데…”라며 아쉬운 듯 웃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적극성과 헌신이 박준서를 움직이는 동력이 됐다. 무엇이 박준서를 춤추게 만들었을까.

● 후보 선수에서 롯데 야수진의 리더로!

박준서의 31일까지 성적은 규정타석 미달인 가운데 타율 0.286에 0홈런 22타점으로 평범하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22안타로 22타점을 올리고 있는 데 있다. 득점권 타율은 5할(30타수 15안타)에 이른다. 주자가 있을 때 타율(0.357)이 없을 때 타율(0.200)를 압도한다. 가장 긴장감이 높은 대타로 기용되는 상황이 많은 가운데 얻어낸 성적이라 더 경이적이다.

그 비결을 묻자 박준서도 고개를 갸웃하며 “아마 매 타석 집중력을 가지고 임한 덕분 같다. 타석에 서기 전 준비를 많이 하고, 타석에 들어서면 생각 없이 친다”고 밝혔다. 긴박한 상황에서 압박감보다 야구를 재밌게 하려고 생각을 바꾼 것이 클러치 히터로의 진화를 이끈 것이다. 스스로의 입에서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게 정신을 단순하게 만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야구를 재밌게 한다”는 것은 말로는 쉬울지 몰라도 현실 승부의 세계에선 공허한 메아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SK에서 데뷔한 박준서는 2002년 롯데로 트레이드됐고, 2011년까지 단 한 번도 타율 0.250을 넘지 못했다. 최다출장도 2004년의 86경기였다.

이렇게 그저 그랬던 선수가 야구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87경기에서 타율 0.285를 기록했다. 개막 후 첫 달을 1군에 들지 못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적이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영웅이었다. 스스로가 “그렇게 시즌을 재미있게 해본 것은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그런데 이런 시즌을 한 번 해보니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욕심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4월에 0.111의 타율에서 헤매다 5월 4일 2군까지 떨어져야 했다. 5월 14일 1군에 복귀하면서 박준서는 초심으로 돌아가려 노력했고, 그렇게 해냈다.

결국 야구가 재미있어지려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된다는 얘기였다. ‘내가 뭐가 모자라 주전이 못 되느냐’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마음먹기가 쉬울 리 없겠지만, 박준서는 “오히려 내가 후보 선수여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후보였기에 후배들과의 자리싸움에서 밀려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이 어렵지 않게 생겼다.

이제 박준서는 어엿한 롯데 클럽하우스 야수진의 리더다.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벤치에선 덕아웃 분위기를 살린다. 롯데가 약화된 전력으로도 올 시즌 4강 싸움을 하는 데는 박준서 같은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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