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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대 → 140만대… 습한 여름에 제습기가 국민가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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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대 → 140만대… 습한 여름에 제습기가 국민가전으로

동아일보입력 2013-06-25 03:00수정 2014-02-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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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가 바꾼 소비풍속도 ‘최근 10년 뜨고 진 10대 상품’
크게보기기후 변화로 뜨고 지는 상품들
○ ‘국민 제품’ 만드는 거대한 힘?
《최근 몇 년 새 몸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한 제품들의 배경에는 한 가지 거대한 힘이 작용했다. 제습기(사진)는 2009년 5만 대에서 올해 140만 대(추정치)로 판매량이 급증했고 헤비다운 재킷은 ‘등골브레이커’란 별명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국민 교복’이 됐다. 반면 멋쟁이의 상징이던 트렌치코트와 직장인 필수 아이템인 넥타이는 판매가 줄었다. 이런 변화를 몰고 온 ‘절대 권력’은….》

이달 1∼23일 이마트의 제습기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965.3% 급증했다. 평년보다 한 달가량 빨리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습한 여름을 미리 대비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2009년만 해도 제습기의 국내 시장 판매 규모는 5만 대에 불과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제습기는 일반 가정이 아니라 문서보관실이나 박물관에서 습도 유지를 위해 사용됐다. 그러나 한반도의 여름철 날씨가 점점 아열대 기후처럼 습해지면서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제습기 판매량은 지난해 약 50만 대로 껑충 뛰어오른 데 이어 올해는 100만∼14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후인 일본에서는 가정 보급률이 90%대에 이르지만 우리나라에선 지난해까지 7.3%에 불과했던 ‘특수 가전’이 몇 년 새 ‘국민 가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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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주요 유통업체 및 패션·식품·화장품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최근 10년 새 눈에 띄게 변화한 제품군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의식주 전체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걸쳐 날씨 변수에 따른 변화의 바람이 해마다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열대 같은 여름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03년 65 대 35이던 봄·여름용 긴소매와 반소매 셔츠의 매출 비율이 올해는 45 대 55로 역전됐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LG패션의 남성복 브랜드 ‘타운젠트’는 올여름을 겨냥한 반소매 셔츠를 10년 전 대비 5배 늘어난 1만5000장 제작했다.

여름철에 에너지 절감을 위해 시원하게 입는 ‘쿨비즈’ 트렌드에 맞춰 반바지 수요도 늘고 있다. 옥션에서 5월 남성용 비즈니스캐주얼 반바지 매출은 2009년 5월 대비 46% 신장했다.

반면 정장 관련 아이템들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패션 트렌드 자체가 캐주얼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연간 20만 개의 넥타이를 생산하던 국내 대형 남성복 브랜드 A사는 올해 넥타이 생산 물량을 20분의 1 수준인 1만 개 이하로 책정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올해 들어 넥타이 매출은 2008년 대비 32.3% 감소했다.

구두 역시 캐주얼화가 득세하고 있다. 올해 들어 6월 20일까지 현대백화점의 정장 구두 매출은 2011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여름철 무더위로 선풍기 매출은 주춤하는 대신 냉풍기와 에어컨 등 ‘센 바람’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4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이마트에서 선풍기 매출은 2.3% 줄어든 데 반해 냉풍기는 415%, 에어컨은 379.7% 각각 증가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경기 지역에서 지난해보다 열흘 빨리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올해도 불볕더위가 예상되면서 ‘아줌마 패션’으로 외면 받던 양산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선크림과 선글라스만으로는 강한 자외선을 차단할 수 없게 되자 20대 여대생들도 양산을 구입하고 있다.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신세계백화점의 5월 양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2.5% 늘었다.

여름철 피부를 식혀 주는 ‘쿨링 화장품’은 뜨는 반면 로션 제품은 수요가 꺾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무더위에 피부가 답답하게 느껴져 ‘겹쳐 바르기’를 지양하는 동남아 여성들의 피부 관리 트렌드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국내산 아열대성 과일들도 속속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2011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제주산 ‘패션프루츠’의 매출이 매년 20%가량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해수 온도 변화로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 국내산 생선의 어획량은 크게 줄고 있다. 2008년 18만7000t이던 고등어 어획량은 지난해 12만5000t으로 30% 이상 줄었다.

변화무쌍해진 날씨 탓에 가격이 매년 널뛰기하듯 요동치는 배추는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마트에서의 배추 매출은 2011년 전년 대비 41.5% 감소한 데 이어 2012년에도 15.7% 줄어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포기김치는 김장용 배추와 가격차가 줄어들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2011년 전년 대비 2.5% 매출이 성장한 포장김치는 지난해 13.1%로 신장 폭을 넓혔다.

○ 시베리아 같은 겨울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가을이 실종되면서 환절기 상품들은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봄가을 패션의 상징이었던 트렌치코트가 대표적이다.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지난해 트렌치코트 매출이 2008년 대비 15% 줄었다. 환절기 외투로 사랑받았던 바람막이 점퍼 역시 현대백화점에서 최근 5년간 매출이 19.8% 줄어들었다.

환절기용 레깅스도 인기가 시들해졌다. 2008년 비비안이 처음 출시한 7분 길이 레깅스는 지난해 봄가을(4, 5월과 10, 11월) 매출이 2009년 같은 기간 대비 80% 감소했다. 반대로 점점 혹독해지는 겨울철을 대비한 보온용 기모 타이츠와 레깅스는 매년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등골 브레이커’(등골이 휠 정도로 비싼 제품)로 불릴 정도로 고가(高價)인 헤비다운이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도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혹한과 폭설에 대비해 두꺼운 겉옷을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코오롱스포츠에서 지난해 경량다운 매출은 2008년 대비 34% 줄어든 데 반해 헤비다운은 900%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눈과 비에 약하고 혹한을 막기에 역부족인 캐시미어 코트는 점차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옥션의 캐시미어 코트 매출은 4년 전 대비 65% 줄었다.

김현진·김현수·박선희 기자 bright@donga.com
#기후변화#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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