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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수 ‘검은 비’는 후진국형 환경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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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수 ‘검은 비’는 후진국형 환경 사고

동아일보입력 2013-06-14 03:00수정 2013-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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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율촌면 조화리 일대에 11일 밤 ‘검은 비’가 내렸다. 농작물들이 까만 빗물에 젖고 흰색 자동차도 시커멓게 변했다. 이 마을에 30분간 내린 검은 비에 자석을 갖다 대자 검은색 쇳가루가 달라붙었다. 산성비나 황사 같은 현상은 가끔 발생하지만 흑우(黑雨)가 내린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여수 율촌지방산업단지에는 철강 제품을 사용하는 조선업체 등이 70여 곳 있다. 이 공장들에서 발생한 분진(粉塵)이 검은 비의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장들이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갖췄는지, 갖췄더라도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검은 비가 내릴 정도면 평소에도 공기 중에 분진이 날렸을 것이다. 주민들은 작년에도 검은 비가 내렸고 지붕 처마에서 쇳가루가 나온 적도 있다고 주장한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변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환경부는 전남도, 여수시, 환경단체, 주민대표들로 민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단계부터 환경단체와 주민대표들을 참여시킨 것은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논란을 막기 위한 것이다. 2002년 대기·폐수 배출업소 단속 업무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면서 제대로 감시 감독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단속을 강화하면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염려한 지자체들이 단속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공장과 화학공장에서 불산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올해 들어 한 달에 서너 건씩 일어났다. 국회는 유해화학물질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내용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어제 여수에서는 마침 이 법안과 관련한 현장 간담회가 있었다. 산업계는 과징금이 지나치다고 불만이지만 검은 비가 다시 내린다면 유해화학물질만이 아니라 일반 환경오염 사고도 처벌을 강화하라는 여론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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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사고는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고, 잘못이 드러나도 행정처분이나 몇백만 원 벌금처럼 솜방망이 처벌로 그칠 때가 많다. 박근혜정부는 환경오염 가해자를 일벌백계해 환경 복지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여수의 검은 비는 후진국형 환경사고다.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이 정부가 약속한 환경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여수#검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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