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환율-주가-금리 3각 부메랑… 아베노믹스 두달만에 휘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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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25일만에 두 자릿수로… 주가는 열흘 전보다 14% 떨어져
돈풀었는데도 금리는 계속 상승… 정부 “조정일뿐” 野 “서민에 毒 현실화”

‘아베노믹스 효과’ 등으로 순풍에 돛을 단 듯 나아가던 일본 경제가 주춤하고 있다. 주가 환율 금리가 모두 일본 정부의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야당은 아베노믹스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가 조기에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99.4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미국 금융완화가 조기에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계에서 나오자 투자가들이 달러를 팔고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를 대거 사들인 것이다. 지난달 10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넘어선 이후 25일 만에 다시 두 자릿수로 일시 되돌아왔다.

엔화 강세 움직임은 곧바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4월 4일 일본은행이 시중 화폐 공급량을 2년 안에 2배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파격적 금융완화 조치를 발표하자 닛케이평균주가는 15,627.26엔(5월 22일 종가 기준)까지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5월 말부터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4일 주가는 13,533.76엔. 하루 전보다는 271.94엔 올랐지만 전체 기조는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리도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행이 시중에 대규모로 돈을 풀면 금리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개인 소비를 늘려 디플레이션의 덫을 벗어나고 경제를 선순환으로 되돌린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실제 장기금리의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계획 발표 직후인 4월 5일 0.31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4월 5일 이후 장기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에 한꺼번에 쏠리면서 10년 만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게 직접적 원인이었다. 4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860%까지 치솟았다. 장기금리가 뛰면 주택 및 가계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된다. 기업 투자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는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제지표를 애써 무시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담당상은 4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주가 하락과 엔화 가치 급등에 대해 “그동안 엔화 가치 하락이나 주가 상승이 급격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조정은 당연히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에노 야스나리(上野泰也)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기간 일본 경제가 금융완화의 온탕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소비세 인상이라는 악재가 있기 때문에 일본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며 “결국 일본 정부가 얼마나 탄탄한 신성장전략을 내놓느냐에 따라 일본 경제의 상승 혹은 하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노믹스 인기에 기를 펴지 못하던 제1야당인 민주당은 모처럼의 기회를 잡았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민주당 대표는 3일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의 독은 국채가격 폭락과 장기금리 상승”이라며 “현재의 주식, 채권시장 상황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아베노믹스가 물가를 상승시키고 금리를 급등락시켜 서민 생활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는데 최근 그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3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하면서 독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종전의 0.6%에서 0.3%로 0.3%포인트 낮췄다. 미국의 5월 제조업지수도 49.0을 보여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에 따라 일본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조정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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