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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저 먼 어둠의 끝, 그게 인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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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저 먼 어둠의 끝, 그게 인생이야

동아일보입력 2013-06-01 03:00수정 2013-09-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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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부엉이/사데크 헤다야트 지음/배수아 옮김/188쪽·1만2000원/문학과지성사
◇눈먼 올빼미/사데크 헤다야트 지음/공경희 옮김/214쪽·1만3800원/연금술사
연금술사 제공
부엉이 vs 올빼미.

이란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염세주의 소설가 사데크 헤다야트(1903∼1951)가 페르시아어(이란어)로 쓴 장편소설이 두 출판사에서 나란히 번역 출간됐다. 문학과지성사는 ‘눈먼 부엉이’, 연금술사 출판사는 ‘눈먼 올빼미’라는 제목을 달았다.

문학과지성사는 독일어판을, 연금술사는 영어판을 토대로 중역했다. 영어판 제목의 ‘owl’과 독일어판 제목의 ‘Eule’는 모두 부엉이와 올빼미를 통칭하기 때문에 두 출판사는 고심 끝에 각각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부엉이와 올빼미는 모두 올빼미목 올빼밋과에 속하지만 세밀하게는 서로 다른 조류다. 처음 인도에서 출간된 지 76년이 흘렀고 이란에선 현재 금서로 지정되어 있는 이 소설이 국내의 두 출판사에서 동시에 나온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이란 문학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헤다야트는 퍽 낯선 인물이다. ‘이란의 카프카’로 비유할 수 있다. 그는 프란츠 카프카에 푹 빠져 1943년 이란에 카프카의 ‘변신’을 번역해 소개했고, 한없이 우울했던 개인사와 어두운 작품세계까지도 카프카를 빼닮았다. 세계적으로는 이란의 전통에 서구의 문학 기법을 결합해 발전시킨 작가로 높이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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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죽음을 소재로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부조리를 파헤친 초현실주의 작품. 이 소설을 읽고 자살자가 속출했다고 하며, (짐작대로) 헤다야트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얇은 소설 한 권 속에는 세상의 모든 우울이 밑도 끝도 없이 침잠한다. 소설은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문학과지성사 번역)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작가의 분신으로 여겨지는 ‘나’는 필통에 그림을 그리는 가난한 화가. 나는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우연히 바깥의 소녀를 보게 된다. 나를 황홀경으로 몰고 간 소녀는 어느 날 나의 방에 들어와 죽고, 나는 소녀의 시체를 가방에 담고 나가 암매장한다. 나와 함께 사는 사촌이자 아내는 부부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아내를 결혼한 첫날부터 창녀라고 부른다.

화자는 “벽에 비친 내 그림자는 한 마리 부엉이와 같았다”고 말한다. 낮보다 밤에 사물을 잘 볼 수 있는 부엉이가 눈이 멀어 어둠 속에서조차 볼 수 없게 되었을 때와 같은 극단적 절망감이 시종일관 소설을 채운다.

생의 어둠에 대한 묘사로 가득한 이 소설은 작가의 암울했던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1903년 이란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헤다야트는 엔지니어가 되라는 가족의 강요로 벨기에에서 유학했다. 예술가를 꿈꿨던 그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고 24세 때 파리 마른 강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구조됐다.

이란으로 돌아와 은행에서 일하며 단편집 ‘생매장’ ‘세 방울의 피’ ‘떠돌이 개’를 발표했다. 하지만 고국의 독재정치와 강압적인 문화 검열에 지친 그는 인도로 건너가서야 ‘눈먼 부엉이’를 출간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이란에서 1941년에야 잡지 ‘이란’에 연재됐으나 잔혹하고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끝내 금서가 됐다. 그는 1951년 파리의 한 임대주택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했다.

이 작품을 번역한 소설가 배수아는 “헤다야트의 작품들이 다루는 삶의 어두운 면들은 단순히 부조리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조리를 존재 자체의 본질적 요소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눈먼 부엉이#눈먼 올빼미#사데크 헤다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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