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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달러 투자한 신생 벤처, 45억달러 기업으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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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달러 투자한 신생 벤처, 45억달러 기업으로 키웠다

동아일보입력 2013-05-28 03:00수정 2013-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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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창업사관학교 ‘Y컴비네이터’ 본사 가보니
50 대 1 경쟁률 거쳐 ‘선수’ 모아 2005년 이후 567개 기업 길러내
“아이디어→사업화 성공 관건은 속도”
와이컴비네이터의 창립자인 폴 그레이엄(가운데)이 매주 한 번씩 열리는 저녁행사에서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립자인 조 게비아(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브라이언 체스키(오른쪽)를 교육받는 기업가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와이컴비네이터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남쪽을 향해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약 45분을 달렸다. 마운틴뷰로 빠져나오자 청회색의 조그만 집 한 채가 보였다. 오렌지색 벽이 눈에 띄는 식당과 작은 사무실 두 개, 다락방이 하나 딸린 소박한 작은 건물이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큐베이터의 대표 성공사례인 ‘와이(Y)컴비네이터’다.

2005년 출범한 와이컴비네이터는 안철수 의원이 KAIST와 서울대에서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던 3, 4년 전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함께 ‘주목해야 할 7대 벤처’로 꼽은 곳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이곳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같은 실리콘밸리의 명사들로부터 비공개 강연을 들으며 인적 네트워크도 쌓는다.

힐턴호텔보다 더 많은 객실을 보유해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중개업체가 된 에어비앤비, 세계 1억 명의 사용자가 쓰는 클라우드 저장공간 서비스 드롭박스 등이 와이컴비네이터의 인큐베이팅(보육)을 받은 기업들이다.

이런 성공 신화 덕분에 와이컴비네이터를 취재하려는 언론이 줄을 섰지만 회사 측은 “바쁘다”며 미국 현지 매체들의 취재에도 응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동아일보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16일(현지 시간) 와이컴비네이터의 마운틴뷰 본사를 방문해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 회사 가치 0달러에서 45억 달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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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탠 와이컴비네이터 파트너(왼쪽)와 에드워드김 젠페이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어깨동무를 한채 웃고 있다. 스탠퍼드대 2년 선후배이기도 한 이들은 2008년 와이컴비네이터에서 다시 만났다. 마운틴뷰=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이 회사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아주 작은 신생 기업들에 최대 2만 달러(약 2244만 원)라는 적은 돈을 투자한다. 그리고 1년에 1∼3월, 6∼8월 등 두 차례 석 달 동안 와이컴비네이터의 교육 과정을 거치게 한다. 교육의 대부분은 저녁식사와 함께 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인과의 만남 또는 와이컴비네이터의 경험 있는 창업자 및 투자자들의 자문으로 이뤄진다.

이런 단순한 지원만으로 현재 우리 돈으로 3조 원대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들이 태어났다. 현재까지 와이컴비네이터가 투자한 기업은 567개. 이 중 드롭박스는 기업 가치가 45억 달러(약 5조400억 원), 에어비앤비는 30억 달러(약 3조3600억 원)로 추산된다.

와이컴비네이터를 이끄는 10명의 파트너 가운데 한 명인 게리 탠 파트너는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같은 성공 모델 덕분에 2010년부터는 교육과정을 마친 졸업생의 80∼90%가 적게는 60만 달러에서 많게는 1000만 달러의 투자를 단숨에 유치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창업자 그레이엄은 미국 스타트업계의 ‘구루’(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다. 각 학기가 끝날 땐 400여 명의 대형 투자자를 초청해 와이컴비네이터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에 2분 30초 동안 신제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하는 ‘데모 데이’를 연다. 투자자들도 이날을 기다린다. 와이컴비네이터의 기업 보는 눈을 믿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그루폰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러시아계 벤처투자자 유리 밀너는 2011년 겨울 약 50개에 이르는 와이컴비네이터 소속 벤처기업 모두에 각각 15만 달러를 ‘묻지 마’ 투자하기도 했다.

○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


와이컴비네이터 창업 육성 프로그램의 특징은 속도다. 탠 파트너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를 확보해야 성공 여부를 알거나 사업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며 “입학한 스타트업 중 평균 20∼25%는 3개월 학기 중에 아이디어를 바꾼다”고 말했다.

와이컴비네이터는 스타트업들이 입학한 지 약 3주가 되면 제품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는 ‘프로토타입(시제품) 데이’를 연다. 3주 안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이런 속도감은 프로그램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창업 기업들이 와이컴비네이터 파트너 한 명과 상담하는 ‘오피스 아워’ 프로그램이다. ‘회의 시간이 30분을 넘으면 시답잖은 수다로 흘러간다’는 생각으로 30분 시간제한을 철저히 지킨다. 다른 조언은 전화나 e메일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

또 와이컴비네이터는 투자한 기업들에 번듯한 사무실 대신에 창업자들이 묵을 침실과 투자자들을 만날 거실이 딸린 집을 한 채 얻으라고 권한다. 골방에 틀어박혀 제품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탠 파트너는 제품 개발은 뒷전이고 인맥 쌓는 데만 신경을 써 실패하는 창업자를 ‘신스터(seenster)’라고 불렀다. ‘모든 모임에서 눈에 띄는(seen) 스타트업(startup) 창업가(-er)’라는 뜻이다. 탠 파트너는 “네트워킹의 90%는 단순 친목”이라며 “진짜 인맥은 학교나 주변에서 찾고, 창업했다면 제품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속도를 내는 데 인맥은 사치란 얘기다. 또 와이컴비네이터는 창업가들에게 1주에 10%씩 성장하라고 권한다. 입이 딱 벌어진 젊은 기업인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도 하루로 따지면 겨우 2∼3%에 불과하지 않나요?”

○ 막강한 네트워크

와이컴비네이터의 또 다른 자산은 이곳 졸업생들로 구성된 동문회(YC Alumni)다. 와이컴비네이터를 졸업한 창업자들은 1100여 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모두 졸업과 함께 와이컴비네이터가 운영하는 내부 페이스북에 가입해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투자받은 내용도 알리고 구인광고도 여기에서 한다.

이렇게 기업의 시작 단계부터 도움을 주기 시작해 졸업 후에도 관계를 이어나가는 덕분에 와이컴비네이터는 실리콘밸리에서 ‘착한 투자자’로 통한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파트너의 대부분이 투자자가 아닌 선배 창업자 출신이라 스타트업들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탠 파트너도 포스터러스라는 벤처기업을 세웠다가 트위터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와이컴비네이터에서의 경험이 정말 좋다며 두 번째 이곳에 입학한 에드워드 김 젠페이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기업의 임금 지불방식을 간편화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이미 600만 달러의 투자도 받은 상태다. 그는 “와이컴비네이터는 창업가들이 공문서 작성, 제도, 재무 등에 신경이 분산되지 않고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도록 도와준다”며 “이곳 출신들이 고객이 되어주는 등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매 학기에 입학할 ‘선수’를 뽑는 경쟁률은 50 대 1에 이른다. 다음 학기(6∼8월)에는 52개 기업을 뽑을 예정인데 2500개 예비 기업이 지원했다. 탠 파트너는 “10분간의 인터뷰로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 이 짧은 순간에 우리는 명확한 사업 구상과 열정만 본다”고 말했다.

마운틴뷰=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Y컴비네이터#와이컴비네이터#주목해야 할 7대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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