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정점의 명가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 테스트 5500번 거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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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년 쌓아온 전통과 명성

■ 프리미엄 하우스 스토리

《 여러 명의 숙련된 장인이 1년에 걸쳐 협업해 만든 단 한 피스의 시계. 혹은 남극, 초음속 돌파 등 극한의 상황에서 정밀성과 정확성을 입증한 시계. 과거에는 고급 시계라고 하면 결혼할 때 예물시계로나 한 번쯤 접하는 정도였지만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시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디자인을 보거나 대중적인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시계를 선택하던 것과 달리 정밀한 기술력과 유서 깊은 전통을 오랫동안 지켜온 최고급 시계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도 늘어났다. A style이 ‘명품’이란 이름에 걸맞게 독특하면서도 눈에 띄는 2013년 신제품을 출시한 프리미엄 워치 하우스들을 알아봤다. 》
제니스의 무브먼트 ‘엘 프리메로’.
제니스의 무브먼트 ‘엘 프리메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여겨질 수 있지만 제니스는 스위스의 최고급 시계 중에서도 가장 유서 깊고 정통성 있는 브랜드로 손꼽힌다. 이달 초 막을 내린 워치·주얼리 박람회 ‘2013 바젤월드’ 메인홀에서 지금까지 받은 수천 개의 상장으로 장식한 부스의 위용을 뽐낸 제니스는 이 페어에 90번이나 참가한 브랜드로 서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865년에 시계 장인 조르주 파브르자코가 탄생시켰으며 브랜드 이름은 ‘모든 것의 정점에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위스의 유명한 시계 산업 도시인 르로클에 위치한 제니스 공방은 최초 설립 때부터 15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니스는 특히 혁신적이고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1800년대는 여러 시계 브랜드가 태동하던 시기로 대부분의 시계 장인들이 자신들만의 기술을 독보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홀로 공방에서 시간을 쏟았다. 반면 제니스는 더 뛰어난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 여러 명의 장인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개발하는 시계 제작 방식을 고안했다.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 시계의 모든 부품을 제작 생산하는 최초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선구적인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제니스의 이 같은 방식은 지금까지도 시대를 앞서 가는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제니스의 완벽한 무브먼트는 수상 경력으로도 엿볼 수 있다. 1865년부터 지금까지 148년 동안 2330개가 넘는 상을 수상했다. 기술력이 입증된 무브먼트가 탑재된 시계는 다양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정확성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는다.

1911년 세계 최초로 남극을 정복한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 착용해 기술력을 입증한 것을 비롯해 최초로 비행기를 타고 영국 해협을 횡단한 루이 블레리오와 함께하며 최초의 파일럿 워치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인류 최초로 고도 38km가 넘는 성층권에서 자유낙하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의 초음속 돌파 프로젝트에 함께해 안정성과 기술적 진보를 입증했다. 제니스의 아시아퍼시픽 디렉터 위고 에스퀴드 씨는 “스위스의 유서 깊은 워치 하우스들도 제니스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니스의 무브먼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엘 프리메로(EL PRIMERO)’가 있다. ‘최고의 것’이라는 의미를 지녔으며 1969년 출시 이후부터 현재까지 제니스의 기술력을 대표하고 있다. ‘엘 프리메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간당 3만6000회 진동한다. 일반적인 무브먼트들이 초당 8회의 진동을 하는 반면 ‘엘 프리메로’는 10회의 진동을 만들어 낸다. 무브먼트는 20명의 시계 장인이 9개월 동안 조립하고 총 5500회의 테스트를 거쳐야 완성된다.

매년 브랜드의 유산을 구현한 다양한 디자인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제니스는 ‘2013년 바젤월드’에서는 엘 프리메로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중 ‘엘 프리메로 36'000 VpH’는 브랜드 고유의 아이코닉컬러 코드를 그대로 유지한 한편 3시 방향에 30분 단위의 카운터를 미드나잇블루색으로, 6시 방향에 위치한 12시간 단위의 카운터를 차콜색으로, 9시 방향에 위치한 스몰 세컨드 서브다이얼을 옅은 그레이로 표현해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듯 표현된 실버 톤의 다이얼은 자동차의 평균속도를 측정하는 타키미터 기능을 갖추고 있다. 100m 방수 기능을 지녔으며 42mm 크기의 스틸 케이스에는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쓰였다.

▼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입지 다지기까지 ▼

‘진귀한 보석’ 해리윈스턴, 품격 디자인 빛나 오션컬렉션, 밤낮 알려주는 새장치 히트


빛나는 다이아몬드와 눈부시게 세공된 아름다운 보석들, 달콤한 로즈 골드. ‘킹 오브 다이아몬드(King of Diamond)’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해리윈스턴의 제품들은 아름다고 독특하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먼저 다진 브랜드인 만큼 여심을 사로잡는 화려하면서도 품격 있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 것은 아니다. 해리윈스턴은 창업주 해리 윈스턴에 이어 로널드 윈스턴이 회사를 물려받으면서 시계 산업에 뛰어들었다. 로널드 윈스턴은 ‘레어 타임피스’라는 해리윈스턴의 모토 아래 1984년 시계 사업부를 독립적으로 마련했다. 1989년 해리윈스턴은 주얼리 브랜드로서 최고의 명성에 걸맞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를 세상에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귀한 시계’를 추구하는 만큼 해리윈스턴에서 희소성은 매우 큰 가치다. 2000년부터 시작된 ‘오퍼스 프로젝트’는 당대의 가장 뛰어난 독립 시계 제작자와 협업해 매년 최고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계를 선보이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이스투아르 드 투르비용 컬렉션’을 통해 투르비용 시계의 역사학적 의미를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바젤에서 새롭게 선보인 시계들은 해리윈스턴만의 가치를 잘 구현했다. ‘미드나잇 모노크롬’은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신제품이다. 슬레이트(점판암)에서 영감을 받아 시계 산업에서는 최초로 납빛의 순수하고 진중한 음영의 특수 플레이트를 제작했다. 매끈하게 새틴 처리된 케이스와 오래된 암석을 연상시키는 거친 다이얼의 대비가 반전의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용 모델은 최상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 로즈 골드를 더해 시선을 끈다.

‘오션 듀얼 타임 모노크롬’은 기존의 듀얼 타임 시계들(서로 다른 두 지역의 시간을 볼 수 있도록 다이얼이 두 개인 시계)과 달리 각 다이얼에 각각 밤낮을 알려주는 장치가 있다. 수작업으로 일일이 빗금무늬를 낸 플레이트와 차분한 색상의 다이얼, 해리윈스턴이 개발한 특수재 ‘잘리움’을 쓴 케이스가 조화를 이루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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