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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법의 거인’이 말하는 美대법원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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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법의 거인’이 말하는 美대법원 뒷얘기

동아일보입력 2013-05-04 03:00수정 2013-08-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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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권력, 연방대법원/존 폴 스티븐스 지음/김영민 옮김/316쪽·1만8000원/반니
존 폴 스티븐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맞붙었던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연방대법원은 플로리다 주 재검표를 중단시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부시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고, 고어는 판결에 승복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75년부터 2010년 90세가 될 때까지 35년 동안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근무한 저자는 5명의 대법원장이 써내려간 대법원의 역사를 책에 담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마디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는 미국의 역사가 담겨 있다. 연방대법원은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내용과 범위를 최종적으로 표결하는 미국 사법체계의 최정점에 있다. 연방헌법 관련 사안이나 주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한 사건이 매년 8000건 이상 접수된다.


이곳의 역사는 역대 대법원장 이름으로 구분하는 관행이 있다. 책은 초대부터 12대까지의 대법원장을 간략하게 소개한 뒤 13대 프레드 빈슨부터 현재의 17대 존 로버츠 주니어까지 저자가 만났던 대법원장과의 인연과 주요 판결에 대한 평가를 비중 있게 다뤘다.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83년 ‘로 대(對) 웨이드 사건’, 주사제를 이용한 사형방법이 이슈가 된 2008년 ‘베이즈 대 리스 사건’처럼 굵직한 판결을 두고 고민하던 법률 수장들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어 회고록처럼 읽힌다. 대법원장들은 치열한 논쟁의 중재자이지만 때로 ‘사형제도는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생명의 소멸이며, 이것이 사회와 대중의 목적이 기여하는 바는 지극히 미미하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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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미국의 역사를 담은 역대 대법원장의 업적과 판결이 뼈대를 이루지만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살을 붙여 지루하지 않다. 1940년대에는 각 대법관실로 서류를 배달해주는 심부름꾼이 운전사 역할도 했다. 가끔 심부름꾼이 대법관 부인의 운전사 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재판연구원이 대법관의 차를 대신 운전했다. 대법관석 뒤의 상황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묘사도 등장한다. 상시 대기 중인 법원 보조원들은 대법관이 메모지에 책을 요청하면 관내 도서관에서 책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갖고 오기도 한다.

2, 3쪽에 한 회꼴로 등장하는 번역자의 주석이 행간의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본문의 사형판결 사례에는 역자가 ‘미국 33개 주에 사형 제도가 존재하며 2012년에 43명의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정보를 미국 사형정보센터의 자료에서 발췌해 보충한다.

저자는 낙태 금지와 사형제 반대,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찬성하고 인권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0여 년을 법조계에 몸담은 그를 ‘법의 거인’이라고 불렀지만 책의 곳곳에는 겸손함이 드러난다. “수많은 사례마다 개인의 현명함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역사에서는 법관들이 아마추어’다”라는 그의 말은 되새길 만하다. 부지런한 배움과 유연함이 없다면 최후의 권력은 그야말로 ‘괴물’이 될 테니까.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최후의 권력#연방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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