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핸드스튜디오 31세 안준희 사장… 엉뚱한 상상으로 ‘창조 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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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희 핸드스튜디오 사장은 “스마트TV 앱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되는 게 꿈”이라며 “직원들과 같이 노력하고 성과를 공유하며 함께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핸드스튜디오 제공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사장은 “스마트TV 앱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되는 게 꿈”이라며 “직원들과 같이 노력하고 성과를 공유하며 함께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핸드스튜디오 제공
지방대 입학, 두 번의 학사 경고, 졸업평점 2.6(4.5 만점). 은행에 취업했지만 재미가 없어 석 달 만에 나왔다. 그 뒤 3개월간 놀다 보니 다시 취직할 곳은 없고 점점 게을러지는 자신에게 실망해 자살까지 생각했다.

스마트TV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업체 핸드스튜디오의 안준희 사장(31) 이야기다. 2010년 2월 설립된 핸드스튜디오는 삼성전자, 휴맥스, EBS, NHN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이 분야 국내 1호이자 1위 기업이다. 최근에는 국내외 유명 기업으로부터 같이 일해 보자는 제안을 받고 있다. 창업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2011년 20억 원, 지난해에는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60억 원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핸드스튜디오 사옥에서 만난 안 사장은 대학생처럼 풋풋했다. 짧은 머리에 단정한 옷차림, 수줍은 표정…. 하지만 사업 비전과 경영철학은 경륜 있는 어느 최고경영자(CEO) 못지않았다.

지금은 스마트TV 앱 업계를 선도하는 벤처기업가이지만 그의 대학 시절 스펙은 형편없었다. 2001년 한동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전공을 국제정치학으로, 다시 경영학으로 바꿔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수업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 대신 이런저런 학교 행사에 빠짐없이 스태프로 참여했다. 자연스럽게 행사나 공연 기획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3년 휴학을 하고 서울에 와 국제기획 업무를 하는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때 쌓은 1년여 동안의 경험은 그를 ‘기획서 작성의 달인(達人)’으로 확 바꿔놓았다. 2004년 복학한 그는 16개 공모전에 지원해 13개에서 상을 받았다.

“당시 ‘바람의 파이터’라는 영화가 개봉했는데 주인공 최배달이 ‘극진 가라테’를 연마해 전국 각지의 도장(道場)을 돌아다니며 고수들을 제압하는 내용이었어요. 저도 그때부터 ‘도장 깨기’의 마음가짐으로 기획서를 쓰는 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욕심을 냈어요.” 안 사장은 “역량을 발휘할 분야를 찾기 위해 방황했던 대학 시절은 결코 버린 시간이 아니었다”고 돌이켰다.

핸드스튜디오 직원들이 백화점에서 직접 고른 청바지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핸드스튜디오 제공
핸드스튜디오 직원들이 백화점에서 직접 고른 청바지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핸드스튜디오 제공
핸드스튜디오는 벤처업계에서 ‘신의 직장’으로 유명하다. 연봉이 정보기술(IT)업계 국내 1위인 NHN과 비슷한 수준이다. 회사는 이것 말고도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안 사장은 자신이 경험해 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지방 출신과 자취생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 그래서 회사 복지의 기본은 서울에 연고가 없는 직원들도 먹고, 자고, 입는 걱정 없이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집이 필요한 직원에게는 전세 보증금을 무이자로 무제한 빌려준다. 직원들이 언제든지 식사할 수 있게 회사에 빵과 시리얼을 푸짐하게 마련해 놓고 있다. 작년부터는 넉 달에 한 번씩 모든 직원이 백화점에 한꺼번에 가서 20만 원 한도 내에서 원하는 옷을 사고 있다. 결혼할 때는 예식비용으로 1000만 원을 지원해 준다. 직원 평균 나이가 28세에 불과한 회사답게 조직문화도 젊다. 날씨가 좋으면 30여 명의 전 직원이 한강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고, 최신 영화가 개봉하면 우르르 극장으로 가 영화를 본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대학에 다니며 회사 일을 하는 직원도 있다. 송년회는 직원들의 부모님을 초청해 최고급 호텔에서 1박 2일 효도하기 행사로 대신한다. 어버이날에는 감사 카드와 1등급 한우를 부모님께 보내준다.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찢어진 대표이사 명함이 놓여 있다. 젊은 나이에 CEO로 성공했다고 자만하지 말자는 뜻에서다. 안 사장은 후배들에게 “특별할 것 없는 스펙이라고 기죽지 말고 남들이 비난해도 좋으니 엉뚱한 상상을 하고 큰 뜻을 키워라”고 조언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안준희#핸드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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